▲김영식 목사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기는 쉬운 것이 신뢰다.
 
지난 9년의 남한 보수 정권을 통해 우리는 남북관계 신뢰가 얼마나 금방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개성 관광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위기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거쳐 급기야 개성 공단 폐쇄로까지 이어지며 2000년부터 시작된 남북 신뢰 평화 관계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는 4차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이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의 제재와 압박의 대북 관계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기술 개발이 고도화, 경량화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고, 북한은 최근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ICBM 개발까지 마쳤다고 보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문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 미국의 보수정권이 펼쳐온 제재와 처벌의 대북관계는 북핵 실패로 입증되고 있다. 그나마 남북을 잇고 있었던 서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사무소 채널마저 작년 2월 끊어버렸기 때문에 긴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남한 정부가 휴대용 확성기를 이용해서 북쪽을 향해 소리쳐 통보한다고 하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남북관계의 파탄 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대북 전략적 인내라는 무정책에 일방 편승하며 외교의 주권을 포기했던 결과는 결국 스스로를 G2라는 이익모순의 한복판에 갖다 놓은 사드 배치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런 엄혹한 한반도 평화 현실의 시계 제로 속에서 신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소위 신 베를린 평화 선언을 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복원을 선언했다. 신 베를린 선언이라 함은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냄으로 실제적인 평화정착의 단계를 마련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선언의 핵심은 남북한이 합의했던 6.15와 10.4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지난 9년간 중단되었던 한반도 평화정착의 과정을 다시 시작하자는 매우 원론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반도평화 관리의 남한 주도권을 인정한 한미정상 합의가 나온 다음날 보란 듯이 ICBM을 성공시킴으로 북한의 관심은 남북관계에 있지 않고 오로지 미국에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지난 9년간의 남북관계 단절 혹은 무효 경험이 남북 평화 관계의 복원을 주장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을 믿지 못하겠다는 완곡함의 표현이다. 남한을 상대로 관계를 복원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5년 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을 북한이 또 다시 시작하려면 보다 더 획기적이고 분명한 구체적인 제안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의 제안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롯이 신뢰 회복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펼쳐내는 수밖에 없다. 돌아선 북한의 마음을 되돌리며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 것은 더 많은 수고와 인내를 요구한다. 북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화 시도와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라도 보내야 한다. 집권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에 보냈던 특사를 가장 가까운 북한에 보내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북한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마음을 열고 만남의 자리로 나오길 바란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북한의 주도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7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에 서로에 대한 비방이 멈추고 군사분계선의 긴장 완화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험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통신선이라도 우선 복원하자. 남북한 신뢰 회복은 쉬운 것, 가능한 것부터 천천히 지속적으로 해나가자.

*본 칼럼은 평화통일연대에서 발송하는 평화칼럼으로 평화통일연대 홈페이지(http://www.cnpu.kr/44)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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