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가족여행과 휴가 계획으로 잠 못 이루는 계절. 편안한 휴식을 누리면서 한국 기독교의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본지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인천·경기 지역과 호남(전라)지역, 영남(경상)지역의 기독교유적지를 탐방해 올여름 성도들이 방문해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두 번째 순서로 호남의 기독교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순천·여수 지역의 기독교 유적지를 찾았다.
 
▲'선교사 마을'로 불리는 순천시 매산동에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조성한 순천선교부와 관련된 기독교 유적지가 잘 보존돼있다. 사진은 1930년에 신축한 매산중학교 매산관 모습.ⓒ데일리굿뉴스

호남 기독교 역사 간직한 순천 매산동 '선교사 마을'
 
호남 선교의 중심지였던 전라남도 순천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전주를 시작으로 군산, 목포, 광주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선교부를 설치한 지역이다.
 
'순천 선교의 개척자' 오웬(한국명: 오기원) 선교사는 1905년부터 순천 지방을 비롯한 13개 군의 지역을 담당했다. 1909년 순회 전도 중 과로로 인한 급성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전도활동에 전념했다.
 
순천선교부는 오웬 선교사의 죽음 이후 그의 사역을 계승한 프레스톤(한국명: 변요한)과 코잇 선교사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미국인 실업가 조지 왓츠의 기부금이 마중물이 되어 1911년부터 1922년까지 조성된 대규모 선교부였다.
 
순천선교부가 위치해있던 순천시 매산동은 지금도 '선교사 마을'로 불린다. 이곳에는 복음 전파는 물론, 교육과 의료 사역에 온 힘을 다했던 선교사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역 모교회인 순천중앙교회를 시작으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선교사들이 세운 매산중학교와 매산여고, 선교사 가옥을 차례로 만나 볼 수 있다.
 
현재 매산여고에는 프레스톤과 휴 린튼(한국명: 인휴) 선교사 가족이 살았던 프레스톤기념관(등록문화재 126호)과 휴린튼기념관이 자리해있다.  
 
한국인들에게 결핵 치료 사업으로 잘 알려진 유진 벨 선교사의 자취도 확인할 수 있다. 결핵 환자 진료소였던 순천기독진료소(등록문화재 127호)는 1900년대 당시엔 왓츠기념성경학원으로 사용됐다.
 
▲호남 기독교 역사가 한 눈에 전시된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데일리굿뉴스

선교사들의 헌신ㆍ순교 정신 배우는 역사교육의 장
 
호남 기독교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에는 기독교 유물 850여 점과 선교사들이 사용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박물관에는 선교 초기 남녀가 따로 예배를 드렸던 'ㄱ'자 교회를 재현한 채플실도 있어 간단히 예배를 드리는 일도 가능하다.
 
골목책방 그냥과보통을 운영하며 순천지역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강성호 작가(<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믿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신앙의 뿌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유적지를 찾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 작가는 "순천지역은 1900년대 당시 선교사 마을의 구조나 가옥의 모습이 잘 보존돼있다"며 "기독교 유적지를 순례하다 보면 복음을 위해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았던 선교사들의 열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순천시에서 40분 정도만 이동하면,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던 애양원과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을 방문할 수 있다.
 
기념관 옆에는 손양원 목사와 여순 사건 당시 폭도들에게 희생당한 두 아들이 함께 묻혀 있는 삼부자 묘가 자리해있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신앙 여정과 순교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데일리굿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