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가족여행과 휴가 계획으로 잠 못 이루는 계절 여름. 편안한 휴식을 누리면서 한국 기독교의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본지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인천·경기 지역과 호남(전라)지역, 영남(경상)지역의 기독교유적지를 탐방해 올 여름 성도들이 방문해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유교의 고장에서 뿌리내린 기독교역사의 현장, 경상북도 지역의 기독교 명소를 찾아가봤다.
 
▲안동읍 최초의 교회 안동교회. 안동교회는 안동 지역의 역사적 발상지가 되면서, 기독교적 외에도 한국 근대사 발전에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데일리굿뉴스

 안동의 어머니 '안동교회'…민족복음화 역사 흔적 엿볼 수 있어
 
유교의 본고장인 안동 시내 한복판엔 100여 년 전 낯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선교사들의 헌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안동교회가 그 주인공.
 
안동읍 최초의 교회인 안동교회(담임 김승학 목사)는 안의와 선교사가 5칸 규모의 초가를 사들여 세운 기독서원에서 1909년 8월 8일, 8명이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이후 안동교회는 안동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사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 안동교회 선교관이 위치한 자리에 있었던 선교사 사택에서 안동 최초의 의료 선교사 별추위가 진료를 시작했다. 3·1운동 당시 안동교회가 모의장소이기도 했으며, 안동기독교 청년회 창립총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회 인근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들이 많아, 안동교회는 교회 앞마당에 기독유적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동판을 설치했다. 신앙의 선배들이 일궈놓은 역사적 발자취를 안동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마음에서다.
 
동판에는 △안동 최초의 선교사 사택 △안동 최초의 근대병원 '안동성소병원' △안동 3·1운동 모의 장소 △안동 최초의 기독청년회 발상지 등 유적지 13곳이 표기 돼 있다. 관람객들은 동판에 표기돼 있는 곳만 방문해도 안동의 역사와 기독교 발전상을 이해할 수 있다.
 
김승학 목사는 "안동에 복음이 전해진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교회 인근에는 복음의 흔적, 선교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올 여름 가족과 함께 안동을 방문해 우리가 어떻게 믿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할 지 결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육중한 화강암으로 다져서 쌓아 올려진 돌집예배당도 안동교회의 역사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1937년 준공됐지만 아직까지도 안동교회 예배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성도들의 찬양과 기도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옆에는 안동교회뿐 아니라 안동지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100주년 기념관에는 △안동 기독교 100년의 역사 △안동교회 역사적 유물 등이 전시돼 있어 안동이란 지역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됐고, 그 가운데 안동교회의 역할과 영향력이 어땠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안동교회 정문을 나가면 오른쪽에 안동지역 최초의 근대서점, 기독서원도 있다. 지금은 '합신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안동지역 문서선교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자천교회. 자천교회는 개신교 초기의 한옥 예배당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뛰어나다.ⓒ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의 과거와 미래 '자천교회'에서 느끼길…"

경상북도 영천의 후미진 골짜기, 자천이란 작은 마을에 가면 제임시 아담스 선교사를 통해 회심한 권헌중 장로가 세운 자천교회(담임 손산문 목사)를 만날 수 있다.

자천교회는 전국에 몇 안 되는 개신교 초기의 한옥 예배당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진 교회다. 

자천교회 예배당 한 가운데에 남녀를 구분하는 칸막이가 설치돼 있단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남녀의 내외가 엄격했던 시절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 칸막이가 예배당 한 가운데에 있어 설교를 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하지만, 강단에서는 기둥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손산문 목사는 "예배당 한 가운데에 칸막이가 있어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전체를 바라보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예배당 뒤쪽에는 양쪽에 똑 같은 온돌방 두 개가 있다. 요즘 현대식 교회의 경우 이런 시설을 주로 유아실과 자모실 등의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천교회 예배당에 있는 온돌방은 한국교회의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다. 바로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외국에서 온 선교사들과, 선교사들을 위해 통역을 하거나 선교사들의 사역을 돕는 한국인 '조사'들이 머물렀던 공간인 것.

예배당을 나가면 국내 유일의 한옥 교육관 '신성학당'도 있다. 현재는 독서교실, 문화체험교실, 작은 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어 전국교회의 각종 수련회 및 모임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끝으로 손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 이 자리까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믿음의 선조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천교회에 오면 교회 곳곳에 남아있는 선조들의 흔적을 통해 과거와 현재, 또 미래에 우리 곁에 계실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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