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해마다 교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 중 1위는 '돈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교회재정의 원인으로는 담임목사의 재정전황이나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원인으로 꼽혔다.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위한 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교회분쟁의 단골메뉴 '돈'.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위한 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데일리굿뉴스

"투명성 제고 첫 시작…장부 공개하는 것"
 
최근 종교인 과세 법안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은 가운데 교회재정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회재정이 투명하게 시행되기 위해 제도적 장치보다 교회 내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입장이다. 단순히 교회재정 책임을 목사와 재정부 사역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 성도 개개인이 교회재정에 대한 책임을 갖고 청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 내
 ▲최호윤 회계사
재정관리 주체는 재정부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라며 “성도들은 '헌금만 잘 드리면 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드린 헌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청지기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교회재정 투명성의 본질은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누가•언제든지 재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 회계사는 "성도들이 재정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재정의 투명성'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목회자들은 재정을 공개함으로서 교회 내 시비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재정공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정부가 재정을 공개하기에 앞서, 헌금을 관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 주의할 점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헌금 수입 올바르게 관리하기 △재정 운영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기 △외부감사 받기 등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너머서교회, 매주 주보 통해 헌금 현황 보고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너머서교회(담임 이헌주 목사)는 이러한 원칙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매주 주보를 통해 재정현황을 공개하고 분기별 보고서를 주보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성도들에게 헌금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너머서교회 재정부 담당 한명석 집사는 “모든 성도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정부의 역할이라 생각해, 가장 빠르게 보고하는 방법으로 주보에 재정을 공개하는 것을 택했다”며 “매년 결산 보고서에는 분석 내용도 포함해 헌금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변화에 성도들은 주체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이헌주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책임을 나누니 성도들이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수동적인 성도들이었다면 이제는 공동체 발전을 위해 먼저 고민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너머서교회는 재정 투명성을 위해 매주 주보를 통해 재정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이헌주 목사(우)와 재정부 담당 한명석 집사(좌)가 재정 보고서를 함께 보는 모습ⓒ데일리굿뉴스
 
한편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루터는 교회에 열쇠구멍 3개가 있는 헌금함을 설치했다. 목사와 평신도뿐 아니라 시의회 대표 모두가 있어야만 헌금함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시의회 대표에게도 헌금함을 열 자격을 부여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바로 헌금은 교회를 넘어 사회 공동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단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며 사회적 연대 역할을 했던 루터의 헌금함이 오늘날에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