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오늘날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데에는 교회성장만을 쫓느라 지역사회를 보듬지 못한 개교회주의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고 섬기는 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우선과제 중 하나인 개교회주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극복방안을 짚어봤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전도집회를 이끄는 모습.ⓒ유튜브

대형교회, 70~80년대 대부흥회 통해 등장해
 
전문가들은 개교회주의가 한국교회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1970~8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를 전후해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급격한 산업화는 사회 곳곳에 인간성 상실과 소외감이라는 병폐를 낳았다.
 
이에 한경직 목사는 세상을 향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대규모 집회를 준비했다. 한 목사는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으로 세계적 설교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초청해 대규모 전도집회를 열었다. 일각에선 당시 참석 인원만 110만 명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이 집회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교회는 곳곳에서 부흥집회를 이어갔다. 1980년에는 다시 한 번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초청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세계복음화대성회'가 개최됐다. 당시 선교사로 파송 헌신을 한 사람만 10만 명에 달했으며, 결신자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후 교회에 출석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목회자들도 교회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 덕분에 1970~80년대에 중소형교회들이 대형교회로 성장했으며, 교계 내에는 이들을 좇는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전도가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자리잡았다.
 
기독교 교리보다 중시되는 교회 성장
 
고신대 황대우 교수는 한국교회 내에 전도가 중시되면서 상대적으로 교리가 약화됐다고 말한다. 고 교수는 "개교회주의는 자기 교회 성장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도 이외의 나머지 것들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중 가장 크게 희생을 치른 것이 기독교 교리"라고 말했다.
 
교회가 성도 모으기에 집중하다 보니, 목회자들이 회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쪽으로 설교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크리스천들이 전도할 때도 '우리 교회가 좋다'거나 '우리 목사님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며 자기 교회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열을 올린다.
 
이로 인해 지역 교회의 연합은 제동이 걸리게 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작은 교회가 입게 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방인성 공동대표는 "한국교회의 70~80%가 작고 가난한 교회인데도 서로 연합이 안 되다 보니 소형 교회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크리스천이 타 교회 성도에게 경쟁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사역자들이 모이면 교인을 얼마나 모으고 헌금을 어느 정도 거두느냐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목회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웃주민이나 이웃교회도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데일리굿뉴스
 
교회의 공교회성 회복해야
 
그렇다면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인의식이 아닌 '지체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유일한 머리이고 주인임을 인정하고, 교회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
 
방인성 공동대표는 "예수님은 이 땅에 작은 아기로 오셨다"며 "태어나신 곳도 당시 유대인 중심지인 예루살렘이 아닌 저 변방 갈릴리에 있는 마구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 목회자나 성도들도 예수님처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이웃 교회를 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역교회 제도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교회가 일정 지역을 책임지는 형태로, 성도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단 소속의 교인들을 거주지역 교회로 출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수의 교회로 성도가 몰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은 교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과제 중 하나다. 그 동안 교회가 개인의 구원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턴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웃주민이나 이웃교회도 돌볼 필요가 있다. 이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영적 권위를 회복하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면, 사회로부터 비판이 아닌 존경을 받는 한국교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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