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종교 의식
 

작년 말에 발표된 인구센서스 종교 부문에서 무종교인의 인구가 크게 늘어났는데, 종교 없는 인구는 특히 20대에서 64.9%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10대(62%)와 30대(61.6%) 등 젊은 층 모두에서 평균(56.1%)을 웃돌았다. 20대에서 무종교인이 가장 많다는 것은 취업이 어렵고 삶의 여건이 팍팍한 이들에게 종교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종교나 교회에 대한 의식을 파악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에서 조사한 “청년의 교회/종교에 대한 의식 조사”는 기존에 청년들의 종교 의식 조사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좋은 자료가 된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종교개혁 5백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정신이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취지로 조사했다고 한다.
다만 표집에서는 유의 표본 추출 방법을 써서 객관성 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나 이것은 현실적인 한계이므로 논외로 하고 이 자료에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종교를 선택한 이유로 54.5%가 구원을 위해서라고 응답한 것은 종교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20대의 응답에서 “부모님의 강요”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것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다. 필자가 연구한 가나안 성도 곧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나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신앙의 강요 때문에 신앙생활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종교에 대해서 “개신교”라는 응답은 개신교인 비율과 거의 비슷하나 가톨릭(15.3%)과 불교(13.8%)라는 응답은 천주교인이나 불교인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비교가 된다. 개신교 외의 응답자들은 개신교보다는 상대적으로 가톨릭이나 불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호하는 이유로는 “말씀(성경, 불경 등)이 좋아서”(30.5%)와 “교리에 동의하므로”(24.9%)가 많이 나온 것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젊은이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젊은이들이 감성적인 것을 중시하고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성적인 부분을 중시한다는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현재 교회 출석 여부에 대해서 전체의 12.0%가 “기독교인이지만 출석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는데 이것은 기독교인 중에 17.8%에 해당하므로 매우 높은 비율이고 최근의 다른 조사 결과와도 부합하는 결과이다. 현재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로는 “얽매이기 싫어서”(29.9%)가 가장 많이 나와서 교회에서의 속박이나 억압적인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시간이 없어서”(27.4%)가 비슷한 비율로 나온 것은 전체 연령에 대해서 조사한 필자의 기존 연구와는 다른 것인데 필자의 조사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6.8%에 불과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시간이 없어서”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것은 청년들이 취업 준비나 사회 초년생으로서 시간에 쫓기는 상황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학생들 중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한편, 연령이 높은 층에서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나 “얽매이기 싫어서”가 높게 나온 것은 나이가 들수록 신앙 외적인 요인보다 신앙 요인으로 인해 교회에 출석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이 다시 교회를 다닌다면 역시 “작지만 건강한 교회”(43.0%)에 나가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다른 응답들을 압도하였다. 이것은 청년들이 한국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년들은 많은 대형교회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공동체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느끼고 대형교회 안에서 교인들이 인격적으로 대해지지 않고 하나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현실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실제로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교회 성장주의(교회의 대형화)”(16.3%)를 가장 높게 꼽았다.
 
청년들은 ‘교회 일꾼’일 뿐인가?

현재 교회에서 하고 있는 활동은 주일 예배만 참석하는 16.8%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청년들이 교회학교 교사, 청년회 활동, 찬양팀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청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교회들마다 청년들이 많은 봉사 활동으로 지쳐가고 힘들어한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독교 전문 리서치 기관인 바나 그룹의 대표로 미국의 청년들이 왜 교회를 떠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 연구한 데이비드 키네먼이 기성세대가 이제는 대량생산 하듯이 청년 신앙인들을 양산하려고 하기를 그만 두고, 이들에 대해 일대일의 관계를 갖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키네먼은 십대에 교회에 간 미국 젊은이들의 60 퍼센트 가까이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신앙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교회에서 무시당하고 예술이나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기독교인들의 소명이 될 수 없다며 사기를 꺾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나 다른 나이 든 어른들로부터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기독 청년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관심과 필요를 이해하지 못하고 실제적인 지침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키네먼은 교회를 떠난 많은 미국 청년들이 여전히 신앙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과 의심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이제는 대량생산 하듯이 청년 신앙인들을 양산하려고 하기를 그만 두고, 이들에 대해 일대일의 관계를 갖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들의 멘토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나안 성도에 대해 연구한 필자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다. 청년들을 ‘교회 일꾼’이라고 말하며 부속품처럼 가져다 쓰기 이전에 이들의 현실 문제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과 통하려면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기성세대가 마치 모든 답을 알고 있는 듯이 청년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실 문제가 언뜻 기성세대가 젊은 시절은 겪은 것과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깊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다. 또한 오늘 젊은이들의 정서나 처지는 20, 30년 전의 그것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으로 윽박지르려고 하기보다 이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일 것이다.
 
흔히 요즘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흥미 위주의 사고방식에 진지함을 결여하고 있다고 이야기된다. 이것은 일면 타당하기도 하나 한편으로 이들의 세계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이기도 하다. 요즘 세대는 영상을 통해 세상과 교신하며 온라인을 타고 들며 즉각적 감흥과 교류하면서 자아를 형성해온 세대이다.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386 컴퓨터와 같이 실생활에서도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멀티태스킹을 자유자재로 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풍자 패러디 작품을 만들면서 정치인들을 꼬집기도 하고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도서관 앞에 붙은 대자보를 읽으면서 의사소통하던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룩할 뿐 감동을 주지 못하는 종교지도자는 이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흔히 말하듯 기성세대는 거시 담론과 종교 앞에서 경건해지지만, 젊은 세대에게 감동 없는 경건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요즘 세대에게 종교적 영성이 부족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 진리를 찾아 순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과 그것의 적절한 매개 방식을 찾아서 의사소통하며 그들을 도울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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