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데일리굿뉴스
한국 대학생들의 생활

‘학원복음화협의회’가 5년 만에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한국 대학생 의식 전반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조사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사라고 생각된다. 특히 기독교인 대학생과 비기독교인 대학생들의 의식과 생활을 비교할 수 있는 전국적인 대규모 조사로는 유일한 조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 그 내용 중에 먼저, 삶에 대한 만족도는 61.4%로 높지 않으며 5년 전의 87.7%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또한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무기력증에 대해서 44.2%가 동의하여 5년 전(24.3%)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자살 충동도 5년 전 16.3%에 비해 23.8%로 늘었다. 이것은 통계청이 실시한 ‘2016년 사회조사’에서 20대의 자살충동이 7.9%였던 것에 비하면 3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28.6%만이 동의하여 5년 전(31.9%)에 비해 오히려 더 떨어졌다. 

대학생들의 재정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다섯 명 중에 한 명 꼴로 개인 빚이 있다고 응답했고, 빚의 규모는 평균 84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비율이 35.3%로 5년 전에 비해 10%p 이상 늘었고, 전체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14.0%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다. 아르바이트 목적은 역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가 52.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아르바이트를 통한 평균 수입은 60만원이었는데 현재 시급을 감안해서 이 정도의 돈을 벌려면 평일 기준으로 매일 4시간 이상을 아르바이트에 할애해야 한다. 이것은 학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이므로 아르바이트로 인한 압박이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학문에 대한 관심(13.8%)보다도 취업 및 성공(42.7%)과 진로(12.1%) 등 현실적인 이유가 과반을 차지했다. “남들이 꼭 가야한다고 해서”(13.9%)와 “친구들이 다 가니까”(6.8%) 등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적으로 높은 대학진학률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취업 준비 시간은 5년 전보다 50분이 늘어 매일 3시간 24분 할애를 하고 있는데, 이전 조사들과 달리 외국어 공부의 비중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자격증 취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대학 본연의 기능인 학문 활동보다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들의 취업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청년 이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온 결혼에 대해 대학생들은 불과 36.8%만이 결혼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절반에 가까운 47.8%가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14.1%로 나타났다. 5년 전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결혼할 것이라는 응답은 20%p 가까이 줄었고,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0%p 이상 늘어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결혼할 것이라는 응답이 4명 중 1명에 불과하였고,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와 비슷한 22.2%로 나타나 매우 충격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여학생들의 결혼 의향은 5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 의향이 이렇게 약하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이다.
 
계층별 의식 차이

이러한 대학생들의 생활과 의식은 계층에 따라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대학생들의 삶이 매우 불안정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대학생활 만족도의 감소와 취업 스트레스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자살 충동과 무기력증에 대해서 하류층으로 갈수록 동의율이 높았고 스트레스도 중상층에 비해 중하층의 대학생들이 10%p 이상 동의율이 높게 나왔다. 삶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상층의 대학생들에 비해 하층의 대학생들은 30%p 가까이 낮게 나와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서 삶의 질이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의향이 경제적인 상황과 관련 있다는 것 역시 계층별로 보았을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상류층 학생들의 결혼 의향은 49.3%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으나 하류층 학생들의 결혼 의향은 32.1%에 머물렀다. 반면에 상류층 학생들의 비혼 의향은 8.7%로 10% 이하였으나, 하류층 학생들의 비혼 의향은 17.1%로 2배 이상 높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입증된 것이다. 자녀 계획에 대해 평균 2.2명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이것은 “결혼을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응답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희망사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혼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37.3%)와 함께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서”(44.5%)가 가장 많이 나왔다. 남학생들은 가장 많은 49.2%가 “경제적인 문제”를 이야기한 반면에, 여학생들은 가장 많은 50.9%가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서”라고 응답하여 대조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서도 상류층 대학생들의 51.6%가 “구속받지 않고 싶어서”라고 응답한 반면에 하류층 대학생들의 가장 많은 44.4%가 “경제 문제”라고 응답하여 계층에 따른 의식의 차이를 나타내었다. 저소득층 대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신교 대학생들의 보수적인 정치의식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정치의식에 대해 절반 가량(46.3%)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진보라는 응답(35.2%)이 보수라는 응답(18.4%)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 5년 전에 비해 보수라는 응답은 비슷했으나 진보적이라는 응답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중보라는 응답이 10%p 가까이 줄었다. 작년에 있었던 국정농단과 관련된 촛불집회 등의 정국이 대학생의 정치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진보적이라는 응답이 5.8%p 더 많았고,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10.6%p 더 적게 나와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계층별로는 상류층의 대학생들이 하류층에 비해 더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장년층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나타내는데, 사회학자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유한계급론에서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생산 활동에 시달리는 사람 즉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사람일수록 보수적이 된다고 말한다. 극빈층과 더불어 일상적인 생존 투쟁에 에너지를 모조리 쏟아 부어야하는 사람들은 내일의 생각에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개신교 대학생들은 다른 종교인들보다 정치의식이 더 보수적이었는데, 정치의식 형성에 도움을 준 대상이 비개신교인에 비해 부모 및 가족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개신교 대학생들은 모태신앙이 많기 때문에 같은 개신교인 가족에 의해 보수적인 성향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 집회지지 응답이 가장 적은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개신교인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이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점은 다소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보수적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회관은 현실 유지와 기득권 수호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마저도 결여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자족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사회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면 성경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른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구약 시대의 예언자들은 대세에 따르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며 통회하고 공의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기독교인이라면 세계변혁적 하나님 나라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 대학생들이 균형 있는 신앙을 갖고 특히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청년 사역자들이나 교회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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