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교계 NGO 단체들은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다문화 가정,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월동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11월에는 한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한 방한용품과 먹거리를 채워 놓아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말연시와 명절을 제외하면 후원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소위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외 이웃들을 위한 월동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소외 이웃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시즌에 후원이 몰리는 '쏠림 현상'으로 월동용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부족한 월동준비…복지 사역자들도 '난감'
 
17년째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박동기(62) 씨. 인근에 있는 구세군 사회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박 씨는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걱정이 앞선다. 아직 이렇다 할 월동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세군 섬김이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 보다 후원 물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요. 실제로 저희가 어려울 때 찾아가보면 예전에는 쌀과 라면 같은 먹거리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보이질 않더라고요. 불행 중 다행으로 얼마 전 구세군에서 난방과 전기시설을 점검해주셨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소외 이웃들의 이 같은 푸념은 NGO 복지 사역자들에게도 큰 고민을 안겨준다. 추석 이후부터 연말이 되기 직전인 11월까지는 평소보다 후원 물품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리 비축해 놓은 물품들은 명절 맞이 나눔으로 모두 소진한 상황. 사역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은 "11월과 이듬해 3, 4월은 소위 NGO 단체 보릿고개라고 부를 만큼 후원이 뚝 끊긴다"며 "우리 사회의 후원은 대부분 연말연시나 명절 시즌에 몰리기 때문에 많은 복지단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104마을에서 주민들에게 연탄을 제공하는 연탄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년 연탄 가격이 오르는 데다 겨울이 끝나는 3월이면 그나마 있던 연탄 후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104마을엔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꽃샘추위가 이어지는 3월과 4월 초순까지는 계속 연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연탄 제공 사역이 교계를 비롯한 일반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서 연말연시에는 한국교회 대표 목사님들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후원도 하고 직접 봉사에도 나서주신다"며 "하지만 3월부터는 발길이 끊겨 연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전했다.
 
▲이른바 'NGO 보릿고개' 시즌에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후원 불경기, 한국교회 관심과 사랑 필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다문화 가정, 미혼모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들은 사실상 1년 내내 나눔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한 시즌에 후원이 몰리는 쏠림 현상으로 많은 소외 이웃들이 아파하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NGO 단체 보릿고개일수록 한국교회 성도들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세군 돈의동사랑의쉼터 장경환 소장은 "날이 더워지거나 쌀쌀해지면 소외 이웃들은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며 "크리스천들은 연말연시나 명절과 같은 특정한 시즌에만 일시적인 후원을 할 게 아니라 지속적인 섬김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NGO 관계자들은 특히 "많은 양의 물품이나 큰 액수를 후원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회사 규모에 비해 적은 수준의 후원을 하기가 부끄러워 아예 후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NGO 관계자들은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은 급박한 환경에 처한 이웃에게 물 한 모금을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일시적으로 큰 금액을 후원하는 것보다 오히려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전해주는 것이 더 도움된다"고 전했다.
 
이선구 이사장은 끝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에서 '작은 소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가르친다"며 "이런 때일수록 한국교회 성도들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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