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샘 등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 되면서 직장 내 성범죄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국내에서도 SNS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확산되며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알리고 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 국내 최초로 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한 최영애 이사장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한 카페에서 최영애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일리굿뉴스

"성폭력상담소가 만들어지면서 '성폭력'이란 단어도 생겨"

한국성폭력상담소 초대소장, 성폭력특별법 추진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사무총장… 이 모든 수식어가 붙은 한 여성이 있다. 바로 최영애 이사장이다. 현재 (사)여성인권을 지원하는사람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 이사장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차마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꺼렸던 90년대에 최초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개소했다.
 
최영애 이사장은 "1991년 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할 때 성폭력이라는 단어조차 없었고, 상담소를 열 때 처음으로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며 "개소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무슨 좋은 일이라고, 그 부끄러운 일을 가지고 상담소까지 만드냐'며 부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강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거의 전무한 상황 속에서 최영애 이사장은 성폭력상담소 초대소장을 맡아, 약 10년 동안 성폭력에 대한 전방위적 활동을 전개하며 반성폭력 운동의 기틀을 닦는 데 기여했다.
 
나아가 이 기간 동안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를 구축했으며, 이후 2002년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성폭력 및 여성인권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교회 내 성폭력, 드러난 것보다 감춰진 것 많아"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크게 기여하는 등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활동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도 크게 들었을 최영애 이사장. 최 이사장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법과 제도는 커다란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고 말했다.

매번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린다는 최영애 이사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들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며 "이는 결국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그쳐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나 남성 목회자 중심의 권력구조가 공고한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교회 내 성폭력은 드러난 것보다 감춰진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애 이사장은 "성폭력상담소에 오는 피해자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처음 가서 상담을 한 상대가 종교인일 때 제일 상황이 안좋았다"며 "교회의 경우 피해자에게 '이는 하나님이 주신 시련입니다' '참고 견디고 기도합시다'라고 하면서 성폭력을 개인적인 문제, 기도로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회가 성폭력 문제를 쉬쉬하고 덮으려 하며 성폭력 논의가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언급됐다. 최 이사장이 만난 적지 않은 기독교 여성들은 자신이 당한 성폭력 사례를 신앙적인 시련의 문제로 접근하는 교회의 태도에 절망하고 교회를 떠났다.

최 이사장은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이것이 다 내 잘못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억압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이자 사회구조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