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한국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04년 5월 정부는 차입금을 모두 갚으며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외환위기 후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어떨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하나, 성장동력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아시아태평양국 과장(가운데)을 단장으로 하는 IMF 미션단이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보유액 세계 9위…청년실업과 사회 양극화 심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민 57.4%는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IMF 외환위기'를 지목했고, 59.7%는 본인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20년이 흐른 현재, 대외건전성 측면에서는 1997년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국민 삶의 질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때와 20년이 지난 현재 거시지표를 비교해 보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몰라볼 정도로 탄탄해졌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2억8천500만달러 적자였으며, 올해는 1∼9월 누적 흑자가 933억8천만달러에 달한다.

구제금융의 결정타가 됐던 외환보유액은 충분히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시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의 비중은 286.1%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 외채 비중이 30.8%(6월 기준)로 뚝 떨어졌고, 외환 보유액도 올해 10월 기준으로 3,844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 9번째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저상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 우리 경제는 7.6%, 1997년에 5.9% 성장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 -5.5%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 2010년대 들어서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8%를 기록하는 등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올해는 3년 만에 3%대 복귀가 예상되지만 이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 유지될 지는 불투명하다.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도 우리 경제의 생산성은 여전히 저조하다. IMF는 최근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미국의 50% 정도 수준"이라며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미래를 짊어질 젊은층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지난 10월 청년실업률은 8.6%로 동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은 21.7%로,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심화 역시 외환위기 이후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KDI 인식조사에서 IMF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이냐고 묻자 응답자의 31.8%가 소득·빈부 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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