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일수록."
 
책 <언어의 온도>의 일부다. 기독 문화계도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제2의 루터가 나올지 기대를 모았던 2017년. 두드러진 성과는 적었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희망이 보였다. 올 한 해를 채운 기독 문화계의 이슈들을 짚어봤다.
 

 ▲올 한 해 개봉된 기독교 영화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합쳐 10여 편이다.ⓒ데일리굿뉴스


[영화계] 다큐는 여전히 강세…한국교회 민낯 담기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한 해 개봉한 영화는 4천여 편이다. 이중 기독교 영화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합쳐 10여 편이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예수는 역사다>였다. 이어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사일런스>가 뒤를 이었고, <로마서 8:37>은 새로운 시도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상징하는 영화 <루터>도 있었다.
 
<예수는 역사다>가 비기독교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꼽혔다. 미국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무신론자인 남자 주인공 '리'가 신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역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예수 부활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수집하고, 증인들을 찾아 다녔던 '리'는 결국 예수의 실제를 인정하고 변화해 마침내 목회자가 된다. 누적 관객 수 17만이었던 <예수는 역사다>는 기독 영화 사상 최단기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올해 10월에는 종교개혁의 진원지인 독일에서는 시작된 영화 <루터>가 한국에 착륙했다. 영화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마틴 루터의 전기를 다룬 서사극이다. 2003년 에릭 틸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 <루터>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선 어떤 시도가 있었을까. 올해 이슈가 됐던 영화 중 하나인 <로마서 8:37>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교회의 문제라 할 수 있는 재산, 부, 권력, 성폭력 등을 관객에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는 "안타깝게도 많은 관객들이 보진 않았지만 한국교회의 내부 문제를 그려낸 기독교 영화는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선교사의 삶을 조명해본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와 <아이엠 호프맨>도 눈길을 끌었다.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영양실조로 삶을 마감한 서서평 선교사의 삶을 담아냈다. <아이엠 호프맨>은 임만호 선교사의 8년 사역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작품으로, 캄보디아 빈민촌인 언동 마을에 학교를 세우는 과정을 그려냈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기독교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나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실제화시킨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가 하는 좋은 일을 영화화해 알린다면, 교회가 나서서 내세우지 않고도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좌)와 송재호 미디어스코프 팀장(우)이 올 한 해 기독 영화와 음악에 대해 총평했다.ⓒ데일리굿뉴스


[음악계] 종교개혁 메시지 담아내려는 시도 눈길
  
기독 음악계는 눈에 띄는 히트곡은 없었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상징하는 곡들이 출시됐다. 피아노나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 연주를 담아낸 연주 음반은 쏟아졌지만, 크게 회자된 곡은 없었다.
 
찬송가 연주 음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풍년이었다. 이에 대해 송재호 미디어스코프 팀장은 "CCM의 특성 상 연주음반 하나로 메가 히트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크리스천 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연주 음반은 스테디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음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작하다 보니 퀄리티는 떨어져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예전과는 다르게 기능적은 특성을 지니고 출시된 음원이 많았다. 우리 아이의 EQ를 높이는 찬송가 연주, 마음의 편안해 지는 찬송가 연주, 태교 찬송가 등 분명한 목적을 갖고 출시한 음원이 이어졌다. CCM의 경우 차트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 가운데 올해 <광야를 지나며>라는 곡이 발매 4년이 지나 음원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힙합 뮤지션 리튼바이라이노의 <21c 전도사 존재 선언문>, 루터밴드 <500rpm>, 미스터 탁의 <루터> 등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이러한 상징성을 담은 CCM 곡들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루터>는 목사님이 힙합이라는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에 송 팀장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듣고 있는 개신교회에 대한 자성과 함께 교회와 성도의 본 모습을 찾아갈것을 권면하는 메시지의 곡들이 많아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마지막 달만을 남겨뒀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이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또 다른 희망을 품은 것처럼 기독 문화계는 힘들었지만,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잠잠하게, 때로는 새롭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기독 문화계. 2018년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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