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성경(Lutherbibel)의 미학적 특징
 
루터의 종교개혁 예술의 형성은 다양한 신학과 사상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어 쉽게 이해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루터의 예술사상의 배경에 어느 특정한 단일 사상가나 신학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종교개혁 예술의 역동성을 제공한 것은 루터를 포함한 당시의 개혁자들의 한결같은 외침, 즉 성경으로 돌아가자 또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사상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루터성경의 미학적 기초를 이루는 종교개혁 당시 르네상스 미술론의 배경은 무엇인지
▲안용준 목사
살펴보자. 여기에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72)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는 두 인물이 있었다. 알베르티는 자연을 조화의 관계로 이해하고 미의 특성을 '규범(Canon)'에 두고 올바른 비율을 강조함으로써, 순수한 수학적 탐구를 의미하는 비율을 통해 자연을 연구했다. 레오나르도는 자연을 경험과 원리의 장으로 이해했고, 자연 현상의 과학적인 정보, 인간의 기능과 육체, 인간의 감정에 관한 심리적 표현, 사물과 동물의 특징, 대기와 빛에 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에 있어서, 미술은 과학(Scientia)이었다.
 
그러나 수학적·기하학적 질서(ordo geometricus)에 의한 과학으로서의 미술은 응용과학에 의지한 미술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르치고 배우면 되는 학문과는 달리, 예술은 자연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과학으로서의 미술 세계는 근본적으로 도덕과 문화를 가진 인간 세계(molti morali costumi)이다. 과학으로서의 미술은 다름 아닌 정신적 연구(discorso mentale)이다. 그 결과 레오나르도와 알베르티는 미의 형식적 기초 개념을 가시적으로 보이는 자연의 질서와 원리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비례에서 찾았다.
 
놀랍게도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는 이러한 아름다운 비례의 원리의 기초 위에 미와 진리, 예술과 과학, 하나님과 세계, 신앙과 지식,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이상적으로 발전시켜나갔다. 그는 비례의 수학적 추구를 정신의 형식 속에서 추구하되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통찰했던 것이다. 종교개혁 기간 동안 비텐베르크에서 시작된 크라나흐의 작업은 성례전과 설교 중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들, 최후의 만찬 그리고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부활 등 교회의 새로운 교훈으로 남을 만한 중요한 주제를 다루었다.
 
크라나흐는 무엇보다 창조와 타락의 모습에 항상 열려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율법과 은총’(Gesetz und Gnade)이라는 주제로 접근하였다. 이 주제는 루터가 성경에서 새롭게 발견해낸 메시지, 즉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루터에게서 이 ‘율법과 은총’의 관계는 상반관계(gegeneinander)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율법이 심판의 메시지라면 은총인 복음은 용서와 회복과 구원이다. 율법은 인간에게 요구하고 심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말씀으로 여기서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벗어버리고 은총을 구할 때 복음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인간이 자신의 행위의 한계성을 인지하고 복음에 대한 확신, 즉 믿음으로 회복될 때 의롭다 함을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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