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해고승무원의 노상 기도소리…11년간 울려퍼져

최상경(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7-12-14 17:49:54

  • 인쇄하기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고, 해고 노동자들의 승리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오면서 KTX해고승무원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거취는 불투명하고 지금도 거리에서 직접고용 복직을 외치고 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이들은 언제쯤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한국교회도 대림절을 맞아 KTX해고승무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도회에 함께하는 중이다. 지난 13일 기도회를 위해 서울역 광장에 모인 KTX해고승무원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13일 서울역 상설무대에서 'KTX해고승무원과 함께하는 대림절 기도회'가 열렸다.ⓒ데일리굿뉴스

철도공사, "여자는 예쁠 때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
 
KTX 여승무원들의 고용 갈등은 KTX가 개통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무원 300여 명은 철도청의 자회사인 홍익회(현재 코레이유통)의 위탁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이들은 '채용 1년 후 정규직 전환' 약속을 믿고 입사했지만, 실상은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으로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다가 전원 해고당했다. 이로부터 시작된 투쟁은 벌써 11년째 계속되고 있다.
 
정미정 실장(KTX열차승무지부 상황실장)과 권담이씨(38)는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정 실장은 "처음에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모두에게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의견이 금새 관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데 사회는 생각과 달리 만만치 않았고, 사회에 팽배한 권력의 상황들이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좌절감을 맛봤다"고 말했다.
 
권담이 씨도 "빨리 해결되겠지 하는 마음과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리다 보니 11년이 훌쩍 지나갔다"며 "지금 같은 상황으로 치닫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라고 착잡함 심정을 드러냈다.
 
꽃다운 나이에 부푼 꿈을 품고 승무원이 된 이들은 불합리와 모순으로 점철된 상황과 마주해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꿈은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정 실장은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을 예쁘게 웃으며 인사나 하는 존재로 인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철도공사는 안전 업무에 나서지 말고 서비스 업무만 수행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서비스 업무에는 한창 예쁠 때 쓰고 버릴 수 있는 어린 친구들을 뽑았다. 승무 업무에서 안전 업무와 서비스 업무를 분리 해서 생각하는 발생자체가 모순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승무원을 꽃으로만 봤던 대표적인 사례는 철도공사가 승무원 전원에게 명절에 한복을 입고 업무를 보라고 지시했던 부분이다. 그는 "열차 안에서 한복을 입고 누비다보니 넘어지고 치마가 찢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2년…"마침표를 찍고 싶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승무원으로 일했던 2년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치 이 기억으로 11년을 버텨온 사람들 같았다.
 
권담이 씨는 "승무원으로 일했던 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날의 날씨, 입었던 옷들, 심지어 같이 일했던 승무원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제 기억 속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고용의 형태도 모르고 승무원의 꿈을 안고 이 길을 선택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꿈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지키고 싶고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열차에 다시 올라설 날을 기다리며, 지속적으로 '직접고용 요구'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권 씨는 "마음의 갈등을 느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동료들의 격려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상황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권 씨는 하나의 문구를 소개했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란 짤막한 문구였다. 그는 이 문구를 통해 11년 동안 무엇을 기다렸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꿈을 놓지 못하는 간절함이 기다림의 이유였고, 그렇기 때문에 "마흔, 아니 오십이 되도 열차에 오를 순간을 꿈꾼다"고 말했다.

한편 KTX해고승무원의 온전한 복직을 위한 거리기도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역 3층 상설무대에서 진행된다. 오는 20일 마지막 기도회를 끝으로, 25일 오전 11시에는 'KTX해고승무원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가 개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c)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작성0 / 최대600바이트(한글300자)선거실명확인
    goodtvICGCCMLOVE굿피플KCMUSA기독뉴스GoodPeople아멘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