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소수자 특집 방송으로 논란을 빚은 EBS 프로그램 '까칠남녀'가 결국 종영하게 됐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 단체들이 "방송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EBS 사옥 로비를 점거하는 등 강력 항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방송에서 언급된 '성중립 화장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지난해에 이어 찬반논란이 계속됐다.
 

▲현재 국내에는 인권재단 사람, 한국다양성연구소 등 일부 시민단체에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성중립 화장실 논란 키운 '성소수자 특집' 방송…내달 종영

출발부터 논란이 예상됐던 EBS 주간 프로그램 '까칠남녀'가 2월 19일을 마지막 방송으로 종영하게 됐다. '까칠남녀'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2회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하면서 학부모 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경기도 고양 E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를 촉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학생이 주요 시청자인 교육방송에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미화하는 내용을 방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성인방송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고 항의했다.
 
'까칠남녀'가 다음달 종영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 때문에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EBS 관계자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서 "<까칠남녀>는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종영은 지난 11월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며 "'까칠남녀' 폐지 시위 때문에 내려진 결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성중립 화장실'...미국서도 의견 분분

한편 해당 방송에 출연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게스트들이 "국내에도 성중립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내용을 두고, 포털 사이트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성중립 화장실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이는 성별 구분 없이 남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성공회대학교의 '학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 계획'과 서울시의 '성중립 화장실 시범 운영 사업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를 두고 찬반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까칠남녀'에 출연한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씨는 "트랜스젠더들은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중 어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며 "성중립화장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트랜스젠더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물을 안 마시는 등 탈수와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에 대해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공공종교연구원(PRRI)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출생 성별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공공종교연구원(PRRI)가 지난해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 법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미국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텍사스 주 등이 의결한 '출생 성별에 따른 화장실 이용' 강제 법안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응답자의 53%는 법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즉 출생 성별이 아닌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10명 중 4명 가량(39%)은 '법안에 찬성하며 출생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증가 우려…"성중립 화장실, 아직은 시기상조"

시민사회 내에서는 "성중립 화장실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몰카 등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중립 화장실 설치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2016년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오히려 공용화장실을 줄여나가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성중립 화장실 설치는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성중립 화장실은 남녀 공용화장실과는 다른 개념이다. 남녀 공용화장실은 하나의 화장실 안에 남성용 소변기와 양변기가 모두 있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반면 성중립 화장실은 각각의 독립된 공간 안에 세면대와 소변기, 양변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란의 소지와 범죄 우려가 완전히 불식됐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여자 화장실에서도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고 있는데, 성별 구분 없이 들어가는 화장실이라면 더 불안감이 크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성범죄가 화장실 구조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성만 이용하는 여성 화장실과 비교했을 때, 성중립 화장실은 발각될 위험이 적다고 판단해 몰카를 설치할 개연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해성 박사도 "남녀 모두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경우, 좀 더 쉽게 범죄에 다가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중립 화장실 아닌 '성소수자용 화장실'이어야 할 것"

성중립 화장실을 찬성하는 측은 성중립 화장실이 성소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중립 화장실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탈동성애 인권운동가인 이요나 목사(갈보리채플서울교회)는 "일반인의 경우 성중립 화장실을 불편해하거나 이용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다고 다수 일반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요나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추진하는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위한 취지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 가능한 화장실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들의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성소수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별도로 만들고 일반 대중과 서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하나하나의 개별 사안에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어떻게 하면 성소수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요나 목사는 탈동성애 운동을 하면서 성소수자들이 복음의 진리를 알게 되면 자연히 죄를 깨닫고 돌아온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약에서는 죄를 정죄의 대상으로 바라본 한편, 신약에서는 죄를 복음과 구원의 문제로 연결시켰다"며 "교회 역시 성소수자들을 대할 때 공격하거나 맞대결하는 구도를 펼치기 보다는, 복음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성중립 화장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슈가 점점 증가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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