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파견되는 한국 선교사의 수가 2만 7천여 명을 훌쩍 넘은 반면, 선교 후 한국으로 돌아온 선교사들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나 후원은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노후 준비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선교사의 은퇴와 노후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교사 2명 중 1명은 노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다.ⓒ데일리굿뉴스

 

재정적 준비 無·보험 미가입자 多…대책 마련 '시급'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사무총장 김인선 장로)과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대표 이대학 선교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교사 2명 중 1명은 노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다.

 

설문에 참여한 선교사 341명 중 절반 이상인 58.2%가 선교사가 '노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20% 정도 준비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어 △30.8%가 약간이나마 준비가 되어있다(40% 정도 준비되어 있다) △9.4%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60% 정도 준비되어 있다)’ △2.6%가 노후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80% 이상 준비되어 있다)고 표했다.

 

노후 대책 마련에 있어 은퇴 선교사들의 주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은퇴 이후 주거에 대해 우려하는 선교사는 62.5%에 달했다. 또, 선교사 37.5%는 보험이나 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46%가 국민 연금이나 교단 연금 중 하나에 가입됐다.

 

선교사들이 가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단연 '재정'이었다. 생활비조차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3.1%가 '재정적인 준비'가 노후 준비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선교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지속적 사역(32.6%), 안정적 주택 시설(18.8%), 건강 의료보장(5.6%)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에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와 선교단체에 '생활비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또, △32.8%가 최소한의 생활비 지원 △26.4%가 안정된 주거시설(주택) 마련 △15.5%가 선교경험을 살릴 기회 보장 △12.6%가 연금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강 의료 보장이라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선교사들은 △파송 전 선교사에게 노후 대책 중요성 교육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이나 투자 등에 대한 자문 및 정보 공유 △은퇴 선교사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은 "머지않아 수백 명의 선교사가 은퇴한다. 선교사들의 은퇴와 노후문제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면서 "이번 설문 조사를 토대로 깨달음을 얻어 선교사, 선교단체, 한국 교회가 머리를 맞대고 선교사 은퇴와 노후문제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54개국에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는 현직 선교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4명 중 3명은 50대 이상의 선교사며, 사역 연수로는 11년 이상 119명, 11~20년 136명, 21년 이상 11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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