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 속에서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했다는 미담이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한 자작극으로 밝혀지며 세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처럼 미혼모들의 영아 유기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가운데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관심이 쏠린다.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한 ‘비밀출산 특별법’이 8일 국회에 발의됐다.

 

'쉿' 미혼모 비밀출산 보장…"극단적인 선택 방지한다"   

 

지난달 31일 20대 여대생이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신생아 유기 자작극’을 벌인 일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거짓말을 했다”라는 사실보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곤경에 처한 미혼모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줄 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끈다.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밀출산 특별법’이 8일 국회에 발의된 것이다.

 

베이비박스를 최초 운영한 주사랑공동체교회는 2012년 입양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을 입양 보낼 수 없어 유기하거나 베이비박스에 보내지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터였다.

 

개정된 입양 특례법은 아기를 입양 보낼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하는 것. 미혼모 입장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 출생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이에 법 제정의 필요성을 몸소 절감한 교회 측은 2년 전부터 비밀출산제 도입에 심혈을 기울였고, 오신환(서울 관악구을)의원과 최종조율을 거쳐 법안을 완성했다.

 

이 법안은 경제적·사회적 이유 등으로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임산부에게 익명으로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다. 2014년 비밀출산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사례를 참고했다.

 

독일의 경우 산모가 상담기관에 상담을 신청하면 이 과정에서는 실명이 드러나지만 다음 단계부터는 신원이 전부 봉인된다. 출산 역시 익명으로 진행하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독일 외에도 현재 프랑스·미국 등에서 비밀출산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비밀출산제 도입 시…"영아 유기 건수 감소 기대"

 

한국에서 비밀출산제가 도입될 경우, 곤경에 처한 임산부의 인권증진은 물론 베이비박스 영아 유기 건수를 감소시키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영아 유기 건수는 2011년 127건에서 2013년 225건까지 급증하다가 2015년 42건까지 하락한 뒤 2016년부터 다시 109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같은 기간 베이비박스 유기 현황 역시 2011년 25건에서 2013년 224건으로 급증하는 등 해마다 200건 내외를 기록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주사랑공동체교회의 경우 일찍부터 증가 추세인 영아 유기 건수에 주목하여 베이비박스를 운영해왔고, 법안 도입 시 영아 유기 건수의 극적인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담당 조태승 목사는 12일 본지와의 전화에서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영아를 유기하고 살해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비밀출산제 도입이 미혼모들의 자유로운 출산의 권리과 영아의 안전한 생명권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를 악용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임신을 의도하고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밀 출산’을 선택할 수 있고, 출산했다는 사실을 결혼상대에게 숨길 여지도 발생한다.

 

법의 테두리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오히려 비밀 출산 허용이 무책임한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좀 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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