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그동안 대형교회 중심으로 교인수와 재정이 편중되면서 여러 역기능을 경험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형교회의 타락상은 마치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져 함께 질타를 받았으며, 전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일리굿뉴스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섬김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작은 교회가 그 희망이라고 보았다. 이에 본지는 '작은교회가 희망입니다'라는 주제로 연중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GOODTV 글로벌선교방송단 회원교회를 중심으로 매월 작지만 건강한 교회 한 곳씩을 선정해 보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선한 사역과 순기능이 알려짐으로써 복음에 선하게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2월에 만나볼 교회는 지방 신도시에서 다음세대 돌봄과 지역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충남 홍성군 내포사랑의교회다. 내포사랑의교회는 지난해부터 GOODTV와 인연을 맺고 잘 알려지지 않는 도시와 농촌 접경의 신도시 사역에 대해 한국교회에 전하고 있다.
 

▲22일 충남 홍성에 위치한 내포사랑의교회를 기획 취재를 위해 찾았다. (사진은 최근 부임한 김영희 전도사(왼쪽)과 한상만 목사(오른쪽)가 예배당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데일리굿뉴스 

 
복음의 본질에 집중하는 게 교회-내포사랑의교회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회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양떼를 돌보려면 설교를 열심히 하고 심방해야 한다. 목회를 할 거면 이중직을 하면 안 되고 목사를 할 거면 이중직을 해도 된다."
 
지방의 신도시 사역 현장을 조명하기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 담임 목사는 사역 소개가 아닌 교회 본질을 꺼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성직의 본질인 셈이다.
 
지역이 어디든지 사역의 특수성이 교회를 부흥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대가 새로운 트랜드를 요구하더라도 교회는 교회다워야 함을 목회자들이 처절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포사랑의교회는 인구 10만명 목표로 충남 홍성 내포시에 조성된 신도시 교회로 9년 전 개척해 오늘에 이르렀다.
 
출석 성도 180여명 중 절반이 영유아부터 청년층이다. 지금 서울권을 중심으로 중소형 교회들이 겪고 있는 교회학교 무너짐 현상이 이 곳에서 만큼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한상만 담임목사는 "신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상당히 젊은 연령층이 유입되고 있다. 충남도청에서 이곳 평균 연령을 산출했더니 29세 정도였다. 현재 2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교회엔 30대 부부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조금만 나가도 평균 연령 70,80대 어르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농어촌과 소도시가 접경을 이루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젊은 부모를 따라 자녀들이 교회에 나오는 자연스런 상황으로만 판단하기엔 그 수가 넘쳐 보였다. 다음세대를 끌어당기는 숨겨진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  
 
다음세대 교육, 지역 섬김 실천해
 
한 목사는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세상도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려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하지만 교육이야 말로 세상도 할 수 있고, 오히려 세상이 더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목사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자녀들을 맡길 데가 없으니 하루 종일 학원으로 돌린다. 학원을 여기 저기 다닌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부모도 알고 있지만 대안이 없으니 그런 것"이라며 "교회를 개방해 아이들을 신앙으로 품고 신앙 안에 자랄 수 있도록 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지역아동센터'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과 간섭을 받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니라 말그대로 교회가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를 뜻한다. 교인 자녀들로 구성된 아이들은 교회로 와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기록하는 복습노트 작성, 영어 성경 암송 등으로 알차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다. 아이들 간식 거리 등도 교인들의 몫이다.   
 


한 목사는 "1년 52시간만으로는 신앙교육에 무리가 있다. 주일학교 1시간으로는 교육이 안되기 때문에 이를 기회 삼아 방과후 교실을 통해 매일 신앙교육을 한다는 취지다. 대신 교회 자녀들만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원으로 돌지 않도록 교회 공동체가 서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학원과 지역아동센터 개념이 아니다. 가르치는 게 아니니 선생님이 필요 없다. 복습노트를 통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별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형식이다. 복습노트를 써야 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게 되고 실제 학습 향상 효과도 본다"고 전했다.
 
한창 민감한 시기 아이들을 위해선 한국교회가 내놓은 교재를 선정해 성품 교육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의 폐해를 알리는 강연을 연 바 있다.
 
내포사랑의교회가 집중하는 사역 중 또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섬김이다. 섬김의 지속성을 위해 아예 지역 자원봉사센터에 내포사랑의교회를 봉사단체로 등록해 놓고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 목사는 "처음엔 찾아가서 '도와줄까요?'라고 물었는데 지금은 먼저 봉사 제의가 들어온다. 요청 인원만큼 봉사팀을 꾸려진다. 지역 김장 나눔 행사에 가서 김장을 담고, 유채꽃 축제에 부스를 만들어 판매를 도왔다.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과거엔 마을에 교회가 한 곳 밖에 없었고 그 교회가 지역사회를 책임졌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긴 하지만 우리 교회도 이 지역에 세워진 이유가 반드시 있을 거란 생각이다. 섬김은 교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교인들에게도 교인으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포사랑의교회는 2009년 지금의 교회와 30여분 떨어져 있는 월산리에서 시작됐다. 2011년 예배실이 협소해지자 한번 이전했으며, 2013년 10월 지금의 교회당을 지어 입당 감사예배를 드렸다. 현재는 1층 예배당으로는 인원이 감당이 안돼 지근거리에 있는 종교부지를 매입해 착공인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올해 설립 9년째를 맞기까지 도시의 대형 교회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교회 이름 변경 문제, 교회학교 운영 문제, 지역 자원봉사활동 문제 등을 교인들에게 직접 묻고 민주적으로 결정해왔다.
 

▲내포사랑의교회 전경 ⓒ데일리굿뉴스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것은 결국 목회자와 성도
 
한 목사는 인터뷰 내내 교회 사역소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했다. 사회가 진일보 할수록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복음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할 뿐이었다.
 
"사역이란 이름아래 교회카페, 지역아동센터 등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강해설교는 준비가 어렵지만 성도들에게 좋은 신앙적 양식이 된다. 본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목회자에게 본문 선택권이 없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설교로 빠지는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에 있다."
 
내포사랑의교회는 지역 사회를 섬기는 교회 사례로 지난 2015년 데일리굿뉴스(구 뉴스미션)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땐 기자가 출산을 앞둔 만삭인 상황이어서 부득이 전화 인터뷰 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었는데, 이번 방문으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40대 중반의 담임목사, 평균 30대 성도들이 신도시에서 일궈가는 사역이라 바쁘고 이야기 거리가 넘칠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말을 아꼈다. 거대한 빌딩 숲과 키를 같이하는 교회들을 벗어난 곳에서 오히려 교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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