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0주년을 맞은 세계여성의 날은 이 땅 모든 여성들의 삶과 인권을 돌아보며 함께 기리는 날이다. '미투(Me Too) 운동'을 기점으로 여성 인권 문제가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된 지금, 우리나라는 법정기념일로서 처음으로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2018년 3·8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하나의 함성!(함께하는 양성평등)'을 주제로 본회 61개 회원단체 및 참여단체들과 함께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데일리굿뉴스

 

세계여성의 날, 미투(MeToo)로 연대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 한 오늘, 여성 인권을 향한 외침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특별히 성폭력·성차별 피해를 밝히는 ‘미투 운동’과 맞물리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염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명동거리에는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장미와 검정·보라색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YWCA연합회가 성폭력 근절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마련한 거리 행진은 회원 100여 명이 참여하며 성폭력 고발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도래하길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연루로 충격에 휩싸인 여의도 정가에서도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하나의 함성’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국 110개 여성단체 지도자들과 정·관·학계 주요인사 총 5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 모인 참석자들은 성폭력 철폐를 위해 앞장선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국미투지원본부’ 발족을 선포하는 등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를 결의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금숙 회장은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최근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 범죄 근절을 위해 기폭제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미투 사건이 신고부터 가해자 처벌까지 피해자가 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도 “미투 운동의 확산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별권력구조와 성차별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마침내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사회적 아픔과 여성들이 맺힌 고통이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사회를 이룩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본회 61개 회원단체와 참여단체들이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고 결의했다.ⓒ데일리굿뉴스

 

참혹한 시대에 시작된 '세계여성의 날'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에서 1만 5천여 명 여성 섬유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출발했다. 장비가 갖춰지지 않고 탈출로도 없는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자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성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우리에게 빵 뿐만 아니라 장미도 달라!(We want bread, but roses, too!)"고 외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여성의 저임금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의 외침에서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에게만 부여했던 반쪽자리 참정권과 인권을 의미한다.
 
이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당시 전 세계로 퍼져나가 많은 국가에서 여권신장 운동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1909년 2월 28일 미국에서 '전국 여성의 날'이 선포되자 이에 영감을 받은 독일 여성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 여성 노동자 회의'에서 '여성의 날'의 정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세계여성의 날' 행사가 차례로 개최되며 그 열기는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됐다. 결국 유엔은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매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화함으로써 이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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