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여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 새로이 탄생했다.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가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인 '#WITHYOU’의 개관 소식을 알렸다. 상담센터의 수장으로서 여성들의 상처 보듬기에 나선 김향숙 원장은 "타인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하나님의 미션"이라며 'With Church'의 중요성을 한국교회에 강조했다.
 

 ▲19일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에서 김향숙 원장을 만나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 개관 소감을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성폭력 피해자 센터 개관…"몸이 기억하는 상처 치유가 먼저"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교회 내 성 문제를 성찰하고 회복하는 데 한국교회가 적극 참여(WITH YOU)하길 바랍니다.” 김향숙 원장이 경기 양평군의 복합기독교문화공간 W스토리에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를 개관한 목적이다.
 
한국사회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6년 전부터 하이패밀리 상담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마주해온 김 원장 역시 여성들의 'Me Too' 외침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었다.
 
"여성들이 이제서야 용기 내어 입을 열었습니다. 여기서 교회가 마냥 침묵한다면 주어진 사명을 다하지 않는 것이죠. 하나님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며 타인의 아픔에 동참하고 함께 행동하길 바라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미션과도 같은 것이죠."
 
현 상황에 맞는 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김 원장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토탈케어가 가능한 상담센터를 고안해냈다. 특히 국내에서 드문 신체심리치유 전문가인 김 원장은 센터 모든 과정에서 신체 치유를 최우선으로 뒀다.
 
"몸이 먼저 회복돼야 마음의 치유가 비로소 가능합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폭력적이고 비인격적인 접촉 경험을 고스란히 신체에 담고 있죠. 반복적인 따뜻한 터치로 그 경험의 기억을 잠재우고 병든 신체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몸은 정서를 담고 있는 도구거든요. 이를 먼저 회복시켜 주는 거죠."  
 
몸 속에는 마음을 낳게 하는 자연치유법이 내재돼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오랜 세월 동안 가정사역에 전념해온 사역자답게 치유대상을 피해자·가해자의 가족들까지로 확장시켰다.   
 
"신체가 회복되면 영적인 치유가 반드시 따라와야 합니다. 교회 내 성폭력인 경우 절대적인 신뢰가 깨지며 분노가 형성되죠. 이 분노는 결국 하나님을 향한 분노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을 바라보는 가족의 상처 또한 상상 이상으로 깊습니다. 목회자가 가해자일 경우 사모나 자녀들이 받는 충격은 상당히 크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가정의 회복이 전적으로 중요합니다."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야 말로 성 문제를 해결하는 일차적 방안이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와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있어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난 결혼을 할 수 없을 거야' , '불결해' 라는 인식이 강하죠. 심지어 저항하지 못하고 유약하기만 한 자신을 자책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옆에서 끊임없이 알려주는 거에요. 그래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롬7:24)'라는 말씀을 다잡으며 매일 같이 자신을 성찰한다는 김향숙 원장. 사역을 함에 있어 교만하지 않고 내면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김 원장의 원칙이자 철학이다. 이 원칙에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작금의 상황을 헤쳐나갈 메시지가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픔이 없으면 성장도 없습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이 아픔의 과정을 성찰해야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죠. 교회는 불의를 더 크게 외치고 정의를 추구해야 할 시대적인 사명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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