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완전하게 동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이들에게 교회 문화는 사회 적응과 더불어 또 하나의 적응거리로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일까. 하나원에서 열심히 교회에 다니던 이들도 사회로 나오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 3만 시대를 맞은 현시점에서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할 때 한국교회가 알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할 때 한국교회가 알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봤다.(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빨리 빨리' 외치는 교회들…"서두르지 마세요"
 
"교회가 궁금해 교회에 가봤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왜 이렇게 할 일이 많나요? 오자마자 등록하라 하고, 양육 받고, 세례받으라 하고...도저히 못 다니겠어요."
 
"북한에서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웠죠. 성경을 봤는데, 창세기부터 이해할 수 없는 내용 투성이더라고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교육받았습니다. 미국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되었다고 배웠습니다. 미국 선교사가 많던데...그럼 기독교도 나쁜 종교 아닙니까?"
 
탈북민들이 처음 기독교를 접할 때 드는 생각들의 일부다. 남한에 적응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탈북민들에게 교회 적응은 큰 부담이자 숙제로 느껴지곤 했다. 동시에 북한에서 교육받은 사상이 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2일 본지와 만난 이나단(31, 가명) 전도사는 북한에 있는 가족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가명을 요구했다. 약 5년 전 탈북한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만난 한 목회자와의 인연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성경은 거짓이라고 부정하다가 부흥회에서 눈물로 성령의 임재를 느꼈다. 이후, 그의 비전은 복음 통일로 변했다.
 
이 전도사는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북한과 문화도 너무나 달라 대다수의 탈북민이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면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탈북민의 경우 교회에 나가는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도 힘든데 교회에 가면 교회 문화도 적응해야 해 이중고라고 느끼기 쉽다"고 밝혔다.
 
이나단 전도사에 따르면, 탈북민이 교회에 오더라도 한국교회가 이들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빨리 빨리'가 습관화된 한국사회의 특징이 한국교회로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일까.
 
그는 돈과 시간을 들이면 즉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분위기가 교회에도 팽배해있다고 진단했다. 빨리 마음을 열지 않는 탈북민들을 한국교회가 이들을 쉽게 포기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탈북민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일률적인 교회 교육 프로그램과 등록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민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가 궁금해 예배를 드리러 나왔는데, 교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오늘 등록해라', '양육 교육받아라' 등 탈북민의 입장에서는 '요구'하는 것이 많다 보니 부담스러워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문화와 생각 차이에서 발생하는 교인들의 실수로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 돈을 준다는 이유로 이단 교회에 빠지게 되는 경우 등 탈북민이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꾸준함이 필요…"한 영혼 세움은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일"
 
그렇다면 탈북민 사역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 전도사는 '관계 맺기'와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탈북민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천천히 시간을 갖고 탈북민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픔에 함께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탈북민이 남한에 혈연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이들의 입장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도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탈북민은 중국에서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살았다. 19살이나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임신한 경우도 많다. 원하지 않았던 결혼을 하거나 성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들이 교회에서 자유함을 누릴 수 있도록 탈북민을 향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또, 한 명을 섬기더라도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날 때까지 꾸준히 섬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탈북민에게 복음이 들어가는 건 참으로 어렵지만, 한 명의 탈북민에게 복음이 들어가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는 것이 이 전도사의 믿음이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탈북민 1명을 제대로 훈련시키면 사실상 북한 땅에 교회를 세우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탈북민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통일 후에는 이들이 주류가 되어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대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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