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었다(요19:30)'.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가 숨이 멎는 마지막 순간에 내뱉은 단발마의 비명은 부활로 인해 곧 기쁨으로 승화됐다. 구속사를 완성한 이 사건으로 인해 인류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며,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독교 절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됐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영적으로 캄캄한 조선땅을 밟은 역사적 순간도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이었다는 사실까지 더해진다면 한국교회에 있어 부활절의 의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부활절만큼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한날한시 연합예배로 드림으로써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을 온 인류와 나누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신학적 문제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때로는 연합과 분열을 반복했지만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는 제자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선 모두 하나였다.  
 
▲한국교회 첫 부활절연합예배는 1947년 서울 남산 조선신궁터에서 주한미군과 함께 드려졌다.


 
1947년 서울 남산 조선신궁터에서 첫 부활절 예배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1947년 4월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전신인 조선기독교연합회가 주한미군과 서울 남산 조선 신궁터에서 드린 것이 첫 시작이었다. 조선 신궁터는 1925년 일제가 한양성곽을 부수고 관립신사를 지어 일왕에 대한 신사참배를 강제했던 곳이다. 민족이 굴욕적으로 신사참배를 당했던 장소에서 한국교회는 첫 부활절연합예배를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민족의 수치를 말끔히 씻어냈다. 1만 5천여 명의 성도가 모인 가운데 청빈 목회를 실천한 큰 어른 한경직 목사가 설교를 전했다.
 
이렇게 시작한 연합예배는 1959년까지 남산에서 주한미군과 합동으로 이어갔다. 그러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일시 중단을 맞았다가 1962년 재개됐지만 급속도로 분열된 장로교 상황으로 진보 쪽은 배재중고등학교에서 보수 쪽은 균명고등학교(현재 환일고등학교)에서 예배를 따로 드렸다.
 
분열사태는 10년간 이어지다가 1973년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진보 진영인 교회협이 주관하는 부활절예배에 그 동안 참석을 거부했던 보수 측이 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교회협과 보수진영은 매년 교대로 행사 주관과 설교를 맡으며 명실공히 연합예배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 및 권호경 전도사, 시민들 4명이 박정희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플래카드와 전단을 배포했다가 내란예비음모죄로 구속됐던 '1973년 4월 22일 남산야외음악당부활절예배사건'이 이때 일어났다. 개신교는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절 부활절예배를 통해 사회에 민주화의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 것이다.  
 
연합과 분열을 반복해 온 부활절예배 역사

 
1973년부터 1995년까지 한번의 분열은 있었지만 부활절연합예배는 20여 년 동안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해온 연합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부활절준비위원회가 임시조직에서 상시조직으로 전환 되면서 주최권을 둘러싸고 위원회측 vs 교회협, 한기총의 갈등이 지속됐다. 비로소 2006년 교회협-한기총이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를 탄생시켜 매년 공동으로 번갈아 주관하며 현재의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2012년 한기총 사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개최 등으로 신학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연합예배는 갈라지고 축소돼 교회로 들어갔으며 한국교회 분열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이렇듯 시대 마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일치와 분열을 반복하며 70여년 간 이어져 왔다. 명암이 뒤섞인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기독교계가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대명제 아래 가장 초교파적으로 연합할 수 있었던 행사가 바로 부활절연합예배였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연합예배는 교회에서 그치지 않고 광장 예배를 통해 세상과 연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제 해방의 감격에 함께했고 암울했던 독재시대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그러면서 부활절연합예배는 사회가 기독교를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됐다.
 
이렇듯 대사회적으로는 일치된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 주고 내부적으로는 '하나가 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하나의 성경, 하나의 찬송가를 사용하는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연합예배의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개신교의 연합과 일치 상징으로 대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기총과 교회협(KNCC)의 연합예배 모습.


다시 하나되는 '2018 부활절연합예배'…GOODTV 주관 방송
 
2018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규모를 축소해 교회로 들어갔던 예배를 다시 광장으로 이끌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배로 드려진다. 134년 전 부활절에 조선땅을 최초로 밟은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1947년 첫 예배 때와 비슷한 1만 3천여 명이 운집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에 속한 70개 교단들이 이번 예배의 중심에 선다. '나는 부활을 믿습니다'란 주제 아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총회장이 대회장을 맡고,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장종현 증경총회장이 설교를 전한다. 또 2천명의 연합성가대가 부활의 기쁨과 감사의 찬송을 올려드릴 예정이다. GOODTV 기독교복음방송(대표이사 김명전)은 2018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의 현장을 중계하는 주관방송사로서 한국교회 역사 기록자로 함께 하게 됐다.
 
대회장 이영훈 목사는 지난 3월 16일 2018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엔 끊임없는 분열이라는 한국교회사의 아픔을 가져왔다"면서 "이번 부활절엔 위와 같은 아픔과 분열을 극복하고 모든 교단과 연합단체가 하나되어 함께 드리는 기쁨의 부활절예배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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