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무인화·비대면 바람이 거세지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자동판매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커피, 음료 등에 국한됐던 품목도 신선식품, 화장품, 꽃, 책 등으로 다양해졌다. 문학, 운세, 처방전 등 이색 자판기도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월요병, 스마트폰 중독 등 일상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처방해주는 '마음약방' 자판기.(사진제공=연합뉴스)


자판기는 진화 중…"버튼 누르면 반찬도 나와요"

지난해 말 농협이 선보인 고기 자판기에서는 진공 포장된 생고기와 양념고기 등 20여 종의 고기를 300g 단위로 살 수 있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해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것이 이 자판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는 시범적으로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과 인근에 2대가 설치됐으며, 올해 안에 전국 하나로마트 매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과일 자판기는 주요 지하철역에 속속 들어서는 추세다. 바나나 자판기에서는 1~2개씩 포장된 바나나를, 사과 자판기에서는 세척된 사과와 사과즙을 구입할 수 있다.

피자 자판기를 들여놓은 도로 휴게소와 리조트 등도 늘고 있다. 현재는 햄과 베이컨 등이 올라간 피자만 갖춰져 있지만 조만간 파스타까지 추가될 전망이다.

반찬 자판기도 주목을 받는다. 부산의 한 반찬가게에서 매장 앞에 설치한 이 자판기에는 쉽게 상하지 않는 조림류나 숙성 밑반찬을 주로 취급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가 문을 닫는 주말에는 오히려 평일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고 알려졌다.

문학 자판기는 지난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인 후 지역 시청 역사나 전철역 등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쪽 8cm의 종이에 500~2천 자 안팎의 글이 인쇄돼 나온다. 현재 약 1천200건의 국내외 유명 작가의 시나 소설, 수필, 명언 등이 갖춰져있다.

작품이 무작위로 나오는데, 이에 이용자들은 "어떤 작품이 나올지 설렌다" "소설의 경우 뒷얘기가 궁금해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음약방'이라는 이름의 자판기도 등장했다. 한 대학병원의 마음약방 자판기에는 '스마트폰 중독' '상실 후유증' '월요병' 등의 증상이 적혀 있다. 500원을 넣고 이 중 하나를 고르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책과 영화 추천, 산책 코스, 힐링에 도움이 되는 차 등이 적힌 처방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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