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대한민국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인만큼 대한민국의 기원을 제대로 정립해 정확한 날짜에 기념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식민제국주의의 잔재가 내포된 임시정부 수립일이 수정될 가능성이 농후해 관심이 모아진다.
 

 ▲역사학계 내에서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역사학계 주장…"4월 13일설은 일본자료 기반"  
 
오는 2019년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1989년 4월 13일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로 선포하고 이듬해부터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계 내에서는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6년 한국근현대사학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학술세미나도 열었지만, 이후 논의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로 간주하는 견해는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 경찰이 대한교민단 사무소에서 압수한 임정 관련 문서를 토대로 만든 '조선민족운동연감'에 근간을 두고 있다.
 
조선민족운동연감은 임시정부가 1919년 국제연맹에 제출하려고 엮은 '한일관계사료집'을 참고해 작성됐는데, 이 사료집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류가 많고 4월 13일에 '정부 수립을 공포했다'는 문장에도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양대 사학과 박찬승 교수는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작성한 '조선민족운동연감'은 임시정부의 '한일관계사료집'에서 오류가 많은 사료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일 뿐"이라며 "4월 13일로 임정 수립을 정한 건 착오가 거듭돼 빚어진 결과로 사료적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임정수립 100주년 앞둔 정부…학계요구 긍정적 검토"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학계에선 "임시정부의 진짜 수립일이 4월 11일"이라며 정부에 날짜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윤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임시정부 수립일로 거론되는 두 날짜의 역사적 근원을 분석한 글을 계간지 '역사비평'에 연재했다.
 
이 글에 따르면, 윤 교수가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주장하는 데는 임시정부 기록에 근거한다. 임시정부는 1937년 처음으로 정부 수립 기념식을 가졌는데, 당시 임시정부의 여당 구실을 했던 한국국민당의 기관지인 '한민'에는 "4월 11일이 임시헌장을 발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성립한 기념일"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1920년 독립운동가 김병조가 편찬한 '독립운동사략'을 비롯해 상하이에서 발행되던 신문인 '시사신보'에도 "임시정부가 4월 11일 성립을 선포"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임시정부 수립일자 확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도 임정 수립일이 11일임을 입증하는 사료가 추가로 공개됐다. 임시정부가 1922년 만든 달력인 '대한민국4년역서'상에 4월 11일이 '헌법발포일'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일로 지정돼 있음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3월 1일은 '독립선언일', 10월 3일 '건국기원절'(개천절)로 명기돼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단국대 사학과 한시준 교수는 "달력 상 4월 11일을 헌법발포일로 표시한 것은 국경일로 지정될 것을 이미 예상하여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이 사실 자체만으로 4월 11일이 임시정부 수립의 진정한 날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학계 내 의견과 관련해 정부는 식민제국주의의 잔재를 방증하는 임정 수립일을 둘러싼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입장이다.
 
심덕섭 보훈처 차장은 "헌법 상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임시정부의 수립일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적으로 붉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면서 "학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전반적으로 반영해 관련한 논란을 종결시키도록 하겠다. 4월 11일로 변경되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 날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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