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만났던 12시간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모두 숨죽이고 지켜본 역사적 순간이었다. 한국교회 역시 기도로 응원하면서 남북 정상이 그려낸 여러 장면들에 연신 감사와 환영을 표했다. 그간 모두가 한마음으로 꿈꿔왔을 12시간의 만남, 이 시간들 가운데 새로운 시대를 꿈꿀 수 있게 만들었던 감동적인 장면들을 다시금 되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


“따뜻한 환대·친교…급격히 친해진 두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남북정상회담은 앞선 1·2차 회담이 2박3일 일정이었던 것과는 달리 당일치기로 종일 숨 가쁘게 진행됐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첫 악수(오전 9시 29분)를 나눈 지 정확히 11시간 59분 만에 역사적인 성과를 남기며 회담 전체 일정을 소화했다. 숨가빴던 일정이었음에도 두 정상은 사전 환담과 회담, 공동 식수와 친교 산책을 함께 하며 친밀감을 숨김없이 표현해 오래된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27일 오전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지역의 판문각 현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20여 명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다소 위협적인 등장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판문점 건물 사잇길을 혼자 걷는 순간 김 위원장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문 대통령은 그런 김 위원장을 군사분계선 앞에 먼저 나와 반갑게 맞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예정에 없이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 땅을 밟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깜짝 방북’ 순간은 실제로 많은 감동을 전하며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기록됐다. 이 같은 남북 정상의 극적인 조우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됐다.

특히나 ‘도보다리’ 산책은 수많은 상상과 분석을 만들어낸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힌다. 오후 4시 41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판문점 도보다리 위를 함께 걸었다. 그리고 도보다리 한 켠에 마련된 벤치에서 두 정상의 단독회담이 펼쳐졌다.

수행원도, 마이크도 없이 온통 들리는 것은 새소리뿐인 한편의 무성영화와도 같았지만, 김 위원장의 표정과 문 대통령의 손짓 등에 의거해 대화 내용이 다양하게 추론됐다. 회담 이후인 지금에도 두 정상이 나눈 말과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오후 4시 42분 시작된 '숲 속 벤치회담'은 오후 5시 12분까지 총 30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이 그만큼 내밀한 대화를 나눈 셈이다. 전세계 언론들은 “밀담이었지만 영상이 송출된 전 세계에 이보다 뚜렷하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었다”면서 “이 대화 속에 한반도의 미래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보다리에서 나와 다시 평화의집으로 향한 두 정상은 오후 5시 40분 경 역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그랬던 것처럼 두 정상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높이 들어 보임으로써 성공적인 회담을 자축했다.

더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어진 두 정상의 포옹은 역사적인 순간에 감동을 더한 장면이 됐다. 항구적 평화체제를 함께 구축하자는 약속,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는 판문점 선언을 두 정상이 몸짓으로 다시 확언해준 것이다.

공동 발표에서 두 정상은 "대담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해준 김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문 대통령),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많은 노고를 바치신 문 대통령에게 깊은 사의를 표한다"(김 위원장)며 서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의 환영 만찬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합류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합의한 대로 수시로 그리고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라는 건배사를 전하며,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 부부는 환영만찬에 이어 환송행사를 끝으로 문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북쪽 땅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다시 뵙겠습니다"를 되풀이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끝까지 차창 밖으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여 결과에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한편 29일인 오늘 청와대는 북한이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 과정을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두 정상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은 현재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의 표준시 역시 통일하기로 했다. 두 개 모두 예정에 있던 합의가 아닌 회담장에서 처음 나온 사안으로써 정상회담 정례화에 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 1층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 후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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