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남았던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한 교사가 고안해낸 작은 베품이 학교공동체에 크고 작은 기적들을 만들고 있었다. 고소한 붕어빵 향기 속에 피어나는 '선생과 학생들간의 유쾌한 이야기'는 스승의 날을 앞둔 지금, 찬란했던 우리들의 학창시절 속 선생님 얼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11일 인천 강화도 덕신고등학교 김세환 선생님을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강화 덕신고 김세환 교목과 붕어빵 나눔
 
강화도에 위치한 덕신고등학교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때마다 진풍경이 펼쳐진다. 학교 건물 사이로 붕어빵 기계가 설치된 소형 승합차가 자리를 잡으면 붕어빵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긴 줄이 늘어선다.
 
2005년 붕어빵 나눔을 처음 시작한 김세환 선생님의 섬김 활동은 10년을 넘어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비로 집기들을 구입해 출발한 사역은 수많은 변화를 일구는 결과를 낳았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이 가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붕어빵 나눔의 처음 시작은 제가 했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함께 파트너를 이루게 됐습니다. 학생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동일한 방향으로 가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죠."
 
시큰둥했던 학생들은 곧 이 나눔이 즐거워지자 점심 붕어빵 행사가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됐다. 팝콘 쿠폰을 꺼내든 김지연 학생(17)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면 붕어빵 외에도 팝콘을 교환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눠준다"며 "오늘 질문을 적극적으로 했더니 많이 받았다"고 미소를 보였다. 옆에서 쿠폰을 구경하던 정세은 학생(17)도 "붕어빵 차가 학교에 생겨 좋다"며 함께 웃음 꽃을 피었다.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김 교사의 나눔은 학교 안에 행복한 문화가 확산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아낌없이 베풀고자 하는 김 교사의 마음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처음 붕어빵 나눔을 시작했을 당시만해도 학생들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어떠한 대가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점차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 의미를 통감하게 되는 학생들이 늘면서 섬김을 실천하고자 하는 문화가 공동체에 형성됐습니다."
 

 ▲점심시간 김세환 교사와 학생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학생들까지 나눔 동참…"오병이어 기적 만들어 가다"

 

실제로 뜻을 모은 학생 20여 명은 '오병이어'라는 봉사단까지 만들었다. 반죽에서부터 붕어빵을 굽는 작업까지 붕어빵 사역에 모든 과정을 도맡아 실천하는 중이다. 동참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되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지점이 많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제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해가 거듭될수록 저 역시 학생들에게 받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죠. 이렇게 깨닫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실천하는 동력이 생깁니다. 섬김과 나눔을 경험한 아이들만이 나중에 이를 실천하게 되는 선순환을 낳게 되는 것이죠."
 
붕어빵 나눔은 교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점차 확장돼 지역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인근 강화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요양원 같은 노인요양시설과 군부대, 교회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 붕어빵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이러한 활동은 대외적으로 인정 받아 2016년 교육부로부터 학교 현장 우수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김 교사는 그간 맺은 열매들을 상기하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본인의 역량을 집중하고픈 마음을 전했다.
 
"아이들과 가까워진 만큼 아이들의 고민도 더욱 여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동체를 강조하는 부분과도 연관되지요. 세상 속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갈등은 같이 부딪치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법 밖엔 없어요. 이 과정 속에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붕어빵 소형 승합차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픈 김세환 교사의 바람이 집약돼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이들의 공동체 이야기는 교권추락과 입시위주의 경쟁구도로 허덕이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기 충분했다. 향후 붕어빵 나눔을 통해 일어날 크고 작은 기적들이 유독 기대되는 이유다.

 

 ▲덕신고등학교의 붕어빵 나눔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크고 작은 기적들이 기대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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