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아버지는 고달프다. 자녀가 잘 되기 위해서는 도리어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아버지들의 역할은 날로 축소되고 있다. 이 같은 팍팍한 현실을 감내하면서도 오로지 자녀들을 위한 수다모임으로 의기투합한 아버지들이 있다. 이들 속에 활짝 핀 이야기 꽃은 자녀들이 이 세상을 신앙으로 굳건히 살아내길 바라는 아버지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13일 오후 5시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대디스토크'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모인 아버지들을 직접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팍팍한 현시대 아버지들…"같이 이야기 하며 위로 받아요"   
 
"요즘 아빠들 세대는 일과 함께 가정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되죠. 결국 같이 해야 되는 구조인데 아직 스스로가 훈련이 안돼 있다는 것이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게 고민이에요. 지금은 회사와 가정 양쪽 모두 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을 때가 올 테니까요." -이종철(42·연구원)
 
"직장 정년이 길어봐야 60세이니, 제 2의 인생에 대한 염려가 있어요. 이런 고민들이 가장으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 같아요. 경제적인 동력 말고 정서적으로도 가정의 리더로서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아버지로 남고 싶습니다." -김덕훈(45·직장인)
 
아버지들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가장의 현주소'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나이도 하는 일도 각기 다른 아버지 11명이 모여 결성한 '대디스토크(Daddy’s Talk)’는 높은뜻광성교회(이장호 목사) 소속 아빠들로 구성된 '가장들의 교육 토론모임'이다. 
 
바쁜 회사일 가운데서도 퇴근길 마다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눠 온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러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이어 온건 모임을 통해 자녀 교육은 물론 아버지의 역할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디스토크를 거쳐간 이야기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교수와 PD, 회계사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면면 만큼 공교육과 대안교육, 시험과 사교육, 가정 내 세대 갈등 등 폭넓은 논의가 오갔다.
 
실제로 13일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뭉친 아버지들의 모습에서는 이야기 공유를 향한 일종의 열정까지 느껴졌다.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함께 얘기하고 나눌 때 기적이 이뤄난다"고 입을 모았다.
 
삼남매를 둔 정성진 씨(44)는 "좋은 아빠들이 옆에 있으니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배가 됐다. 더불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새로운 자극도 받으니 좋다"며 모임의 유익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좀 더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것"이라며 대디스토크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했다.
 
모든 논의에 중점이 됐던 것은 역시 신앙 안에서의 올바른 양육 방법이었다.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던 이종철 씨는 "청소년 시기 때,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혼란스러움을 느꼈었다"며 "그 당시 성경 지침을 읽다가 성경말씀 위에 기초를 쌓으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 역시 삶의 기준을 하나님 말씀 위에 놓고 모든 이들을 존중히 여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정 씨는 "인생의 시련의 순간이 올 때, 잘 이겨내는 아이들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힘든 일에 봉착할 수도 있지만 그 때마다 붙들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기억들을 심어주고 싶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아빠들의 신앙적 교육관은 2016년 4월 '대디스 교육선언'을 통해 SNS 상에 공유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확장돼 지금은 매월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인터넷 방송으로 토론의 핵심내용을 녹음해 게재 중이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 갈급함을 느끼는 아버지들에게 '대디스토크'만의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 위함이다.   

 

"같이 의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의 상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되는 거죠. 동일한 관심을 갖고 이를 바라보게 되면 주변에 비슷한 분들끼리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위로를 받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큰 울타리 같은 아버지', '초심 잊지 말기' '가장으로서 집안의 원칙 기준 만들기'. 짧은 시간 동안 아버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추려 낼 수 있는 의미들은 상상 이상으로 무궁무진했다. 아버지들의 수다 속에는 진실로 작은 기적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