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깜짝 회동을 가졌다. 중국은 이번 회담으로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한반도 문제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됐다. 특히 오는 6월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의 후견 역할로 중국의 존재감이 방점을 찍으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4자 구도(한-미-북- 중)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다롄 해변을 거닐고 있다.ⓒ연합뉴스


中·美 견제한 팽팽한 줄다리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말 베이징 극비 회동에 이어 두 번째 깜짝 회동이다.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중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전개'였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을 40여 일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은 양국 간의 전통적 우위와 결속을 다지고 든든한 원군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정전협정 당사국임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 등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자국의 존재감과 역할을 전 세계에 다시 각인시킬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다롄 회동의 목적을 두고 "북미정상회담의 실무적인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았다. 즉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폐기하라는 미국 행정부의 요구와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후견 및 중재자 역할로 부상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와 관련해 "이틀 전(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다롄 회동) 시 주석이 뭔가 굉장히 구체적인 것에서 큰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는 4자 구도 형성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에서 중국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입김이 세지자 일각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두 나라의 첨예한 간극을 고려했을 때 논의 구축에 대한 진전 속도가 더뎌지거나 최악의 경우 한반도 문제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9일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체제보장과 경제개발 지원에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비핵화 기준을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영구적 핵폐기(PVID)'로 높인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거듭 밝힌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미국과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백악관은 성명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 이뤄진 미중 정상간 통화에서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폐기를 할 때까지 대북제재 이행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혀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보상을 하나하나 맞바꿔야 한다는 '단계적 조치'를 강조했다.
 
'세기의 회담'으로 기록될 6·12 북미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이 이룰 평화 프로세스의 실현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미중간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으로 보인다. 또한 여기에 지정학적 인접국 일본과 러시아를 방관적 지위에 둘 것인지도 향후 관심거리다.

(위클리굿뉴스 5월 20일, 26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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