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성 평등 문제

최근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관련 논의가 뜨겁게 번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성 평등 관련 이슈들이 제기되어 왔는데, 최근에 이를 촉발시킨 것이 이른바 서초동 노래방 살인 사건이다.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한 남성이 서울 서초동의 노래방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보낸 이후에 들어온 여성을 살해하여 이른바 ‘여성 혐오’가 크게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하여 지금까지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 평등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문화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영화계, 정치계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개신교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성범죄 사건이 불거지며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계에서 성 문제는 여전히 수면 아래 머물고 있다. 본래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종교는 권위적이고 특히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다. 게다가 성 문제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교회를 더 어렵게 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쉬쉬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2중, 3중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알리기조차 어려웠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는 강자 중심의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성 평등이 우선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가치와 권리를 가져야 하나 실제로는 많은 교회들에서 남성 교인들이 지도력을 행사하고 여성 교인들은 부차적인 위치에 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인의 성 평등 의식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는 성 평등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를 실시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개신교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정, 직장, 학교, 교회 중 가장 여성 불평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직장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가정, 학교, 교회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영역들과 비교해서 교회에 대해서는 남녀 평등하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석 교회에 대해서도 비슷하지만 약간 더 높은 비율로 평등하다고 응답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먼저 전래 초기부터 남녀 차별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한국 교회가 다른 사회 영역에 비해 성 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도 교회 안에서는 여성들도 상대적으로 많은 활동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집에서는 이름이 불리지 않는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는 아무개 집사, 아무개 권사로 불리는 것도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 안의 주요 직책이나 역할에서는 남성 교인보다 부차적인 위치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한국 교회의 신앙 활동이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차별이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교회 안에서 지위의 차이가 나는 경우 상위직을 차지하는 남성이 여성의 남편, 아버지, 형제라는 가족상의 지위와 연결돼서 지위에 따른 성차별 문제는 친족 관계로 환원되어 문제시되지 않는다. 보기를 들면, 여성 장로가 인정되지 않는 교단에 속한 교회에서 ‘장로 부인’으로 불리는 것이 일종의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에 성 차별을 민감하게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성 역할 실태에 대해서는 대체로 남녀 구별 없이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전통적으로 기능적 적합성이 다르다고 여기는 주차 봉사와 주방 봉사는 각각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예배에서의 역할은 사회나 기도 등에서 부분적으로 남성 교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여성 교인이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 역할 당위성에 대해서는 모든 영역에서 보다 남녀 구별 없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 교회 내 성 역할의 비 구분, 교회의 양성 평등에 대한 관심 증대에 대해서 매우 높은 동의율을 나타냈다.

목회자의 성별 역할에 대해서도 모든 항목에서 남녀 구분 없이 목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담임 목사에 대해서는 다른 항목에 비해 남성 목회자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와서 여성 담임 목사를 꺼리는 견해를 일부 나타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 목회자들은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실정이고 담임 목회를 하는 경우는 거의 모두 본인이 개척한 경우이다. 곧 담임 목회자로 여성 목사를 청빙하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이다. 성도들 사이에서만 아니라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남녀 평등의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목회자 설교 시 남녀 차별적 표현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0% 미만으로 낮게 나왔다. 그러나 성 차별적인 보기를 제시하고 질문한 결과에서는 들어보았다는 긍정률이 30~40%대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서 실제로는 성 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내용이 성 차별적 발언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앙 단계가 높은 그리스도 중심층에서는 모든 내용들에 대해서 들어보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음에도 남녀 차별적 표현을 들었다는 응답은 가장 낮게 나와서 성 평등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을 목사나 장로 안수에 대해서, 응답자의 2/3 이상이 찬성하였으며, 반대하는 비율은 10%를 넘지 않았다. 현재 여성 안수를 불허하는 교단에서는 이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여성 장로의 비율은 10%에 이르지 못했는데, 적당한 여성 장로 비율은 평균 31.1%로 나와서 현재보다 3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교회에서 여성 장로를 세워서 교회 운영과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한 가지 특징은 신앙 단계가 높은 사람들, 엄밀히 말하면 스스로 신앙 단계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전통적인 성 관념을 고수하고 있고, 성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교계 조사에서 신앙심이 강할수록 더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성 불평등적인 사고를 나타냈으며 일부 항목에서는 보수성과 무관하게 신앙 단계가 높은 교인들이 더 성 불평등적인 사고를 나타내기도 하여 이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성 평등한 교회를 위하여

성별 차이나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여전히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들도 나름대로의 성경 해석에 근거하여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보다 성 평등적인 사고를 하고 있고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환경이 이루어지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회가 공동체라고 한다면 특정 부류의 사람들의 권리를 억압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에 우리 사회에서 5만 원 권 지폐에 들어갈 인물로 신사임당을 정했을 때 여성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우리 역사에서 위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신사임당이 바람직하냐에 대한 문제 제기였던 것이다. 성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데 이번 조사에서 교회 안에서 신앙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갖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성 평등적인 사고는 매우 중요하다. 교회 안에서 성 차별적인 언행이나 제도가 개선되고 교회가 하나님의 창조 원리가 구현되는 거룩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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