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더위와 더불어 미세먼지가 합세하여 온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간간히 내리는 고마운 비가 잠시 사람들의 더위도 식혀주고 대기도 청소해주어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2018년 6월은 무더운 날씨보다도 더 뜨거운 이슈가 가득한 정말 의미가 있
▲이영훈 목사ⓒ데일리굿뉴스
는 한 달이었다. 6월 12일에는 남북 관계를 새롭게 하고,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협의가 있었던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으며, 앞으로 문호를 개방하여 남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들과 정치, 경제, 문화적 협력관계를 맺어갈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과 평화 통일의 비전이 좀 더 명확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 다음날인 6월 13일에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일꾼들을 뽑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국민들은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일꾼을 선출했다. 이제 그것이 누가 되었든 간에 이들의 리더십 아래 4년 동안 대한민국 각 지방의 행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모든 국민이 새로워질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다가올 내일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 6월은 그저 다가올 밝고 아름다운 청사진만을 그리기에는 너무 아픈 기억이 있는 기간이다. 6.25,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된 민족상잔의 기억은 65년의 시간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다 아물지 않고 돌이켜볼 때마다 아프고 쓰린 상처로 남아있다.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미래를 생각하기에 앞서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는 그토록 바라던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자력으로 이루지 못한 독립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독립의 절차도 정부의 구성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만큼 국제적인 힘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서방 국가들의 이권에 따라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두 개의 정부가 설립되게 되었다.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예고 없이 이루어진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했고, 준비가 되어있지 있던 남한의 군대는 연패를 거듭하며 밀려났다.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아 대구, 부산 지역을 제외한 전 국토가 북한군의 손에 들어갔다. 그 뒤 UN의 개입하여 전세가 뒤바뀌었지만 다시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쟁이 장기화 되었다.

3년간의 6.25전쟁은 우리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군인의 경우 유엔군과 한국군이 약 18만 명이 사망했고, 공산군 측에서도 북한군 52만 명, 중공군 90만 명이 사망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 중에서도 남한에서 약 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너무나 가슴 아픈 민족의 그림자이다.

문제와 위기 때에는 시대적인 영웅이 등장한다. 6.25전쟁에서의 맥아더 장군과 같은 영웅은 절망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영웅의 이름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무명의 희생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어던진 18만의 군 장병들이 있었기에 남한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초대 교회 역사 속에는 로마와 유대인들의 극심한 박해로 인해 많은 순교자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엔 스데반이나 사도들, 교부시대의 폴리캅이나 저스틴과 같은 유명한 순교자들도 있지만 이름도 없이 형장에서 사라져간 믿음의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영웅과 같은 한두 사람의 신앙의 힘도 대단하지만 정말 초대 교회를 지켜낸 것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져간 무명의 순교자들의 희생일 것이다.

여름날 소나기는 더위를 물러나게 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그 비가 있기에 곡물이 자라나고 사람들이 한철을 잘 버틸 수 있게 한다. 오늘날 이 나라가 있을 수 있도록 지켜준 무명의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이 나라의 뿌리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6월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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