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Useless'를 'Useful'로 바꾸다

천보라(boradoli@goodtv.co.kr)

등록일:2018-06-26 18: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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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사태'가 최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1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2009년 '베이비파우더 석면 탈크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한다. 환경성 질환이라는 반복되는 사회적 재앙의 기저에는 한국 기업의 경영 윤리 및 사회적 책임 결여가 뿌리 깊게 깔려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품, 그 내면의 사람이 중심이다"라는 이념으로 성장해가는 회사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업체로서 사회적 책임과 가치 있는 이윤 창출의 동반성장을 꿰차며 창립 3여 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 기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모어댄(MORETHAN)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이자 모어댄의 창립기념일을 맞아 최이현 대표를 만나봤다.
 
 ▲모어댄 최이현 대표 ⓒ위클리굿뉴스

'같이' 가는 '가치'를 위해
 
2009년 영국 유학 시절, 최이현 대표는 평소 타고 싶었던 BMW 로버 미니를 중고로 구입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오랜만에 새벽예배를 드리고 나온 그의 앞에 차가 완파돼 있었다.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던 최 대표, 폐차를 앞두고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대로 폐차하기가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차 좌석을 뜯어서 집에 갖다 놨어요. 그걸 잘 쓰고 있는데 친구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불편하니 가죽으로 가방이나 다른 거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넘어갔죠."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대표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매일 지나치기만 했던 이곳이 괜히 마음 한편에 밟혔었다. 그곳에서 기부 받은 물건을 분류하거나 창고 청소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무급이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봉사를 통해 비영리기관의 운영에 대해 알게 됐고 감동도 받았다. "사실 그동안 (단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는데,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비영리기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어요."
 
관심은 자연스럽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연결됐고 전공으로까지 이어졌다. 2010년 리즈대학교 석사과정(Corporate Communications,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입학한 최 대표는 논문 주제도 CSR을 선택했다. 그러나 논문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한국 자동차 기업의 CSR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사회적 활동, 공헌에 아쉬움이 컸어요. 이벤트성이거나 취약계층 구호에 치중돼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기업과 무관한 활동이 많더라고요. 물론 이런 활동도 중요해요. 하지만 돈이 지속 가능한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은 될 수 없거든요.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떤 것이 효율적일까?' 고민하던 차에 제 미니가 떠올랐어요. '아 가죽시트!'."
 
 ▲한해 약 4백만 톤의 자동차 가죽시트가 버려지고 있다.ⓒ위클리굿뉴스

 'Useless'를 'Useful'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고급차의 경우 차 한 대에 소 18마리가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쓰이는 건 단 2마리뿐, 나머지는 주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대로 버려졌다. 선택받은 가죽도 자동차의 수명이 다하면 폐기됐다. 그렇게 한해 약 4백만 톤의 가죽시트가 버려졌다.
 
"자동차 하면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만 생각하죠. 이면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엄청나거든요. 이 부분을 해결한다면 자동차 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제안, 거기서 시작됐어요. '그래! 폐차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어보자!'."
 
2014년 최 대표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폐차장으로 향했다. 가죽 수급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폐기에 돈이 들어가니 선뜻 내주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폐차장들은 하나같이 폐쇄적이었다. 돈이 안 되는 일에 굳이 나서기 싫었던 것이다. "가죽만 뜯어간대도 '주기 싫다'며 비협조적이었어요. 결국 부르는 대로 돈을 드리고 뜯어왔죠."
 
최 대표는 서두르지 않았다. 꾸준히 찾아다니며 그들을 설득했고 수급했다. 1년쯤 지나자 가죽을 모아서 주는 곳이 생겼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며 창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2015년 6월 5일 '환경의 날' 모어댄을 설립했다. 설립 이념은 "'useless'를 'useful'로(쓸모없음을 쓸모 있게 만든다)"였다.
 
"'쓸모없는 소재를 가장 쓸모 있게, 그리고 소재 내면의 사람도 가치 있게' 폐기물과 함께 일자리에 조명 받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을 다시 새로운 조명을 받는 useful한 사람들로 바꾸고 싶었어요. 그것이 모어댄의 설립 목적이자 이념이에요." 과연 최 대표다웠다.
 
창업을 시작으로 최 대표는 숱한 경진대회에 도전했다. 시장의 평판과 투자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의 말을 귀담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사업이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사람을 useful하게 만드냐"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사표를 던진 대회마다 놀라운 성적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가치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생겼다.
 
2016년 정부와 SK이노베이션 등의 지원에 힘입은 최 대표는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Continew) 생산을 위해 본격적인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주위의 성화에도 품질, 가죽 수급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테스트를 위해 내놓은 소량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출시를 멈췄다. 그 사이 물 세척을 해도 변형 없이 가죽에 벤 찌든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친환경 특수 세제를 개발했다.
 
한 자동차 기업의 지원으로 자동차 생산 시 남는 자투리와 테스트 자동차에 사용된 새 가죽도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시트 가죽은 유명 명품 브랜드의 가죽보다 4배나 비싸요. 물과 땀, 습기와 고열 등을 모두 견디는 최상의 가죽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폐차 가죽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새 제품을 더 선호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기존 폐차 가죽과 함께 두 가지 라인으로 생산했어요. 그렇게 2017년 제대로 출시를 시작했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SK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어댄의 컨티뉴 가방을 구매한 뒤 SK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가방을 전달받고 있다.ⓒ연합뉴스
 
방탄소년단과 김동연 부총리가 주목한 백(Bag)
 
2017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컨티뉴 백팩을 메고 찍은 사진이 SNS를 타고 퍼졌다. 하루아침에 가방 문의가 빗발쳤다. "협찬이 아니었어요. 초기 시험 모델로 내놨던 건데, 정말 놀랐죠. 오래 전 단종 시킨 제품을 그대로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수천 건이었어요." 가방은 2년여 만에 재출시 됐다. 주문대기는 무려 40일까지 걸렸다.
 
컨티뉴의 브랜드 가치 상승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SK 최태원 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컨티뉴의 가방을 직접 메고 홍보한 것이다. "컨티뉴의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투미(tumi) 가방처럼 타깃 고객층에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최 대표는 기세를 몰아 고양 스타필드 등의 매장 오픈, 올해는 홈쇼핑까지 진출해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설립으로부터 3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최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지켜왔다. 일자리에서 외면당했던 새터민과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채용했다. 무엇보다 환경을 위해 자사의 모니터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자사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폐가죽 자투리를 라텍스와 섞어 재생가죽으로 재생산하는 등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결해 나갔다.
 
2018년 현재 모어댄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또다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품질, 착용감, 가격' 3가지를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품 브랜드와 같은 A급 공장을 섭외하고 다른 기업보다 15배가량 많은 샘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언제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담금질 하는 최 대표, 그의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저희 제품을 만나고 싶어요. 또 모어댄의 스토리를 갖고 개도국 등에서 많은 벤치마킹이 일어나 좋은 사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특허를 내거나 산업 쪽으로 보호하지 않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단순해요. 우리 직원들이 모어댄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분 등 잃었던 것을 채워가고 건강한 회사, 사회, 그리고 환경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폐가죽의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업사이클링 업체 모어댄. 세상의 모든 'useless'를 'useful'로 바꾸어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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