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성경 창세기를 언급하면서 기독교 교리와 신성을 모독했다. 필리핀 전체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만큼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당국 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통령은 가톨릭교계와 만나 대화하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에서 열린 ICT 서밋 개막식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독교 교리를 향한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두테르테, 창세기 거론하며 "신은 외로워서 만물 창조"

두테르테 대통령의 기독교 모독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국 대변인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마련해 가톨릭 교회 등 교계와 대화하기 위한 3인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로케 대변인과 에르네스토 아벨라 외교차관, 보이 세이콘 목사가 위원으로 나서 교계 대표자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로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부와 교회가 같이 사회에 봉사하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일간지 마닐라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에서 열린 ICT 서밋 개막식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독교 교리를 향한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두테르테는 특히 성경 창세기를 거론하면서 "신이 자신을 기쁘게 해줄 사람이 없고 곁에 여자가 없어서 외로운 나머지 지구와 만물,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은 자신의 창조물을 의심하고 시험해 뱀을 시켜 사과를 이브에게 가져다 주었고 이브가 그것을 먹고는 아담에게 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원죄를 갖고 태어났고 심지어 배속에 있을 때부터 죄를 짓고 있는데 무슨 종교가 그러냐"면서 "이는 매우 바보 같은 명제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완벽한 어떤 것을 만들고 그 우수함을 해치는 이벤트를 생각하는 이런 멍청한 신이 누구냐"라며 "그런 신을 합리화하고 믿을 수 있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기독교를 향해 던진 발언에 필리핀 유명인들과 교계 지도자들의 우려와 비난이 잇따랐다.
 
아르투로 바스테스 주교는 "두테르테의 신성모독은 문명화된 기독교 국가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그를 "비정상적인 사이코 패스"라고 말했다.
 
루페르토 산토스 주교도 대통령이 선을 넘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바스테스 주교는 국민에게 "두테르테의 신성모독과 독재적인 기질을 끝낼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라고 말했다.
 
여배우 리타 아빌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는 너무 심하다"라면서 "두테르테 당신은 우리를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쓰레기통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두테르테는 2016년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마약 범죄 처단을 위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을 놓고 가톨릭교회와 마찰을 이어오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마약 범죄자들 뿐 아니라 무고한 일반 시민들까지도 처벌받거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시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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