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최근에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면접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 되었고, 회사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ICT(정보통신기술)를 모르면 도태된 사람으로 치부될 정도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9세기 말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말에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다.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은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융합하여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언급하면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되어서 초연결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막대한 정보의 양을 스스로 분석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가진 사물이 등장하는 초지능이 가능하다. 이러한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은 기존의 서로 다른 영역의 학문과 기술과 산업이 만나 서로 융합하여 기존의 산업 사회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과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전혀 다른 산업과 산업 간의 융합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접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벽이 사라짐으로 기존의 단단한 사회 구조의 틀을 깨고 기존에 구현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 건설, 의료, 노인, 복지, 스포츠 등 여러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업에 사물인터넷이 도입되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에서 인간은 보다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4차 산업 혁명의 여파는 이미 일상생활에 침투해 있다. 이미 70년대 이후 시작된 사무자동화와 함께 최근에는 가정생활 자동화(home automation)까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동주행 자동차는 미래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 SNS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를 지나 사람과 사물과 정보가 모두 지능형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된 것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나 적용되던 자동화 시설이 가정 안에서도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4차 산업 혁명이 생명과학 기술에 적용되어 노화 억제가 이루어지면 인간의 수명은 150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늙고 병든 노년이 아니라 건강하고 젊은 기대수명 150세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어두운 면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이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두운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고용과 일자리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간이 하던 많은 일들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단순 반복적인 일은 물론이고 매우 창의적인 영역에까지 사람 대신 기계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거의 절반 정도가 대체 위협을 받고 있으며 화이트 칼라 계열의 일자리는 80%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10년 안에 약 1800만 명이 일자리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인간으로부터 노동의 즐거움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노동의 의미도 변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들 사이에 더욱 심각한 불균형과 양극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조업과 컴퓨터 산업에서도 존재했던 양극화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극단적으로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 규모와 자본의 차이로 인해서 이 격차는 훨씬 더 극복하기 힘든 차이가 될 것이고 이러한 기술과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사회나 개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불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줄어든 노동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소득을 못하게 되면 노동 시간 단축은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또 다른 일을 찾아다니게 됨으로써 불안정한 2중직 또는 3중직의 직업 활동을 하게 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이른바 ‘포트폴리오 노동자’가 되어 회사와의 지속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일련의 거래 관계의 주체인 프리 에이전트가 되어 단체 협약이나 복지 등 노동권과 관련된 제약이 따른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4차 산업 혁명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4차 산업 혁명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나 어려움을 소수의 전문가나 거대 정보를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분석하는 기계의 판단에 맡기게 되면 과학기술과 인간사이의 관계에 관한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들, 윤리적 영역들에 관한 반성적 사유의 기회를 좀처럼 갖기 힘들고 그래서 인간은 사유의 능력을 상실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공동의 선을 모색하고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건전한 사고와 비판 능력에 기초하는 민주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회 공동체의 역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종교성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인의 필요에 대한 맞춤형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량생산 체제가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현재 증가하고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더욱 심화된다. 이렇게 보다 다양화되고 있는 개인들의 취향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처럼 종교와 신앙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질 것이다. 신앙인들도 전통적인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따르기보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신앙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경향의 결과가 바로 가나안 성도의 출현이다. 따라서 교회는 보다 다양한 종교적 관심과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공동체이다.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해진다고 해도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사회가 단절되고 파편화될수록 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교회는 컴퓨터나 기계가 제공할 수 없는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영역에서도 공동체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협력 방식을 통한 경제 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것이 최근에 공유 경제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이다. 공유 경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 자본이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는데 교회는 대표적으로 사회 자본이 축적되는 공간이므로 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협동조합 등 공동체 자본주의 활동은 자칫 파편화된 삶을 야기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과 네트워크 환경은 신앙생활이나 활동을 풍성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신앙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정신을 얼마나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새로운 환경에 담아서 표현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종교나 종교인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기독교만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흔들림 없이 신앙의 정수를 지켜내면서도 그것을 날마다 새로운 양식으로 표현하며 다음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현대인들이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회가 신앙공동체이자 준거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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