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첫날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올 변화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계는 섣부른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과 노동자의 삶의 질 모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벗어나 비로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한국의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평균인 1,776시간 보다 347시간 길다.ⓒ위클리굿뉴스
 
경제계, 노동시간 단축마다 '시기상조' '우려' 반복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0시간.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훌륭한 수준이다. 이는 법 제정 당시 북한과의 체제 경쟁을 의식해 높은 수준의 복지를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인 강제력이 거의 없어 노동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법이었다. 만약 법만 잘 지켜졌다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1970년 11월 13일 분신(焚身)한 전태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가 몸을 불살라 노동 조건의 열악함을 고발했지만 그 뒤 한국사회의 노동조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노동자의 삶보다는 '경제개발', '선진국 진입'이 우선시 됐다.
 
이 시기 거듭 반복됐던 주장이 바로 '선 성장, 후 분배'였다. 노동자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나눠줄 ‘파이’가 커져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태일이 분신했던 197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79달러. 정확히 세계 100위였다. 북한은 당시 우리보다 100달러 높은 384달러였다. 정말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이후 한국경제는 1986년 무역흑자 원년을 기록한 뒤 꾸준하게 성장해 2017년에는 세계 11위(GDP기준)의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태일이 일했던 평화시장에서 사무실과 번듯한 공장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초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의 '시다'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로 바뀌었지만 장시간의 노동은 변함없다. 밤늦도록 꺼질 줄 모르는 불빛으로 일명 '구로의 등대'로 불리는 한 유명 게임업체에선 2016년에만 3명이 사망했다. 한 사람은 스스로, 두 명은 돌연한 죽음이었다.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승승장구 했지만 노동환경의 개선 속도는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평균인 1,776시간 보다 347시간이 긴 2,113시간이다. 1989년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졌을 때 경제계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개발도상국인 우리가 선진국만큼 쉬면 경쟁력을 잃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금은 잘 정착된 주 5일 근무 도입 때도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면 남미처럼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경제계의 우려와 달리 한국 경제는 오일쇼크나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이제 노동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많은 우려들이 있지만 당장은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883조 원에 이른다. 2021년 전면 시행까지 사회적 해법을 마련할 역량은 충분하다. 당장 우려되는 실질 임금감소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등 제도정착까지 갈 길이 멀지만 결국 우리사회가 가야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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