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동물학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김경은 변호사(동물권단체 '케어(CARE)')

등록일:2018-07-16 15: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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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은 변호사(동물권단체 '케어') ⓒ위클리굿뉴스
#1. 2007년 5월, 국방부 앞에서 열린 특전사 이전계획 철회 촉구집회 도중 생후 2개월 된 새끼돼지의 사지를 밧줄로 묶은 뒤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 퍼포먼스가 거행되었다. 집회에는 수많은 시민들과 이천시장, 하남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고위층 인사들도 참가한 자리였는데, 돼지는 눈깔을 뒤집고 거품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음에도 아무도 말리지 않아 결국 사지가 찢긴 채 죽었다. 검찰은 직접 가담한 10명을 찾아낸 뒤 집시법 위반 등 다른 혐의에다, 동물학대 혐의도 함께 적용해 1백만 원씩 벌금을 물렸다.
 
#2. 2012년 4월, 에쿠스 차량이 트렁크에 개의 목을 매달고 도로를 질주한 사건이 일어났다. 개의 사체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고, 내장이 터져 고속도로에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경찰조사결과, 에쿠스 운전자는 당초 개를 차 안에 태우려 했으나 차량 내부가 더러워지는 것을 염려해 트렁크 안에 개를 실었고, 트렁크 안에 산소가 부족할까봐 트렁크를 열어 두었다. 고속도로 진입 후 차량에 속도가 붙자 열린 트렁크 밖으로 개가 떨어졌고, 이를 알지 못한 채 다시 차량이 출발하면서 목을 매단 상태로 끌려가게 되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 동물학대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이 되었다.
 
#3. 2016년 9월, 전북 익산에서 10년 동안 함께 한 반려견 하트가 실종되었다. 하트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를 돌리며 온 동네를 찾아 다녔으나, 결국 옆 마을에서 70대 노인 네 명이 하트를 보신한다며 잡아먹은 것이 밝혀졌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하트가 살아있었고, 중년남자 셋이 몽둥이와 포대자루를 들고 하트 주위에 왔다갔다 거렸다고 하였으나, 해당 노인들은 이미 교통사고로 죽은 개를 실어다 먹기만 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살아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증거가 불충분하여 동물보호법위반죄는 혐의없음으로,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인정되어 벌금 30만 원이 선고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개고기의 식용 문제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자, 정부는 동물보호문제가 외교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여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초기의 동물보호법은 보여주기 식으로 급히 만든 것으로써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실질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물은 단순히 이용의 대상이 아닌, 사람과 동물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반려'의 존재가 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동물들과 관련된 이슈에 집중되었다. 특히나 동물학대사건이 발생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지만 그때마다 여지없이 동물보호법의 구멍이 발견되었고, 국민들의 요청에 의해 두 차례의 전면개정과 수차례의 일부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동물학대가 곧 어린이나 여성, 노인 등과 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연관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보고되면서, 동물학대사건이 발생하면 적극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하여 더 큰 범죄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경찰마저 동물보호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경우도 있어서 동물학대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수사가 적극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할관청에는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주무관이 있는데 동물보호법상 긴급격리조치 발동이 가능하나, 내용을 잘 몰라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책임질 것을 염려하여 적극적인 격리조치발동을 망설이는 바람에 결국 계속해서 학대를 당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일도 왕왕 있다. 형사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동물학대사건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고작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의 벌금만 부과하여 국민들의 법감정에 따라 가지 못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점점 다양해지고 잔인해지는 새로운 유형의 동물학대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나,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다행히 희망은 있다. 6월 20일, 표창원 의원은 원칙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의 보편적이고 타당한 경우에만 동물을 죽이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동물학대규정을 전면 수정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일명 표창원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데, 수많은 국민들이 법안통과를 염원하며 10만 명의 서명이 완료되었다. 이제 10만 명의 서명이 남았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www.표창원법.com (또는 국민청원게시판)으로 들어가셔서 서명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해외에 가보면 동물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다니거나 태연히 낮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동물을 보기가 참 힘들다. 성경은 "의인은 자기 육축을 잘 돌아보나 악인은 그 짐승에게까지 잔인하다"고 했다(잠 12:10). 우리나라에도 의인이 가득하여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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