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금 성장이 멈춘 정도가 아니라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기독교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있는 가운데, 신앙을 버리는 이들이 계속 늘고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성도가 급증하는 '삼중고'를 겪는 중이다. 지금이야 말로 교회를 새롭게 개혁해야 할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 역시 여러 지표상에서 표출되고 있다.
 
 ▲한목협이 2013년 이후 5년 만에 한국교회 현실을 보여주는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를 출간했다.ⓒ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부정적 이미지도 더해져
 
한국교회는 지금 어떠한 기로에 서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날 교회는 안타까울 정도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교계는 '교회가 한국사회의 소망이 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다양한 자리를 통해 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이하 한목협)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한국교회 현실을 보여주는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를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대표 지용근)에 의뢰해 지난해 9월 22일~10월 20일 만1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였다.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지난 2~3년 전과 비교해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물은 결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49.6%, '더 적게 신뢰하게 되었다'는 응답이 47.9%였으며, '더 많이 신뢰하게 되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조사와 비교해 볼 때, '더 적게 신뢰'는 19.7%에서 47.9%로 두 배가 넘게 급증한 반면 '더 많이 신뢰..'는 4.8%에서 2..6%로 거의 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더 비관적인 건 한국교회 이미지 역시 부정적이라는 결과다. 교회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남을 잘 돕는다'(14.3%), '약자 편에 선다'(9.5%), '도덕적이다'(8.3%) 등 긍정 항목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낮았고, '이기적이다'(68.8%), '물질 중심적이다'(68.5%), '권위주의적이다'(58.9%) 등 부정 항목에 긍정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전체적으로 한국 교회의 이미지가 좋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회의 책임감 요구…"내부적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봤다. 오늘날 교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정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가 14.6%, '약간 영향을 주고 있다'가 53.1%나 차지했다.
 
이어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25.3%,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였다. 즉, 비개신교인의 67.7%가 "교회가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회는 사회적으로 여전히 긍정적인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분야로 '사회적 책임(구제와 봉사)'(39.4%)을 제일 많이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지엽적인 질문에는 '독거노인 돕기'(43.9%), '고아원·양로원 봉사'(31.9%), '장애인 돕기'(30.7%) 등 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활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회가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역할에 임하길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결과로도 해석가능하다. 실천신학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곳은 지역사회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은 한국교회나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지역사회로 들어와서 경험해 보면 교회의 직접적인 봉사를 보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한국교회가 앞으로 감당하며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보고서를 통해 새로이 주목해야 하는 건, 한국교회가 내부적으로도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증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교회출석여부' 비율이다. 기독교인의 교회 출석 여부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98년부터 12년까지 꾸준히 88~89%대의 출석률을 보여왔다. 그러나 금년도 조사에서는 12년도보다 12.8% 감소한 76.7%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그동안 불출석교인, 이른바 '가나안 성도' 비율이 11% 내외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23.3%로 2배 이상 급상승했고, 이 사실은 충격적인 결과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교회에 불출석하는 이유에 있다. 예전에는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이 24.4%로 가장 많았다면, 이번 조사 상에서는 '얽매이기(구속받기) 싫어서'가 44.1%로 월등히 높게 응답됐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불출석 교인들이 과거와 달리 의지적으로 교회를 안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이 차이는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가 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만큼, 이 시대 이들에게 어떤 신앙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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