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어느 땅에도 길은 없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걷고 그 뒤를 따라 다시 어느 누군가 걷다 보면 그렇게 길이 된다. 어느 때보다 엄혹한 사회와 마주한 이 시대 청년들은 지금 '신앙의 길'을 만들어갈 여력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거리로 나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통로'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사람들의 시선에 초점을 두기 보다 온전히 하나님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버스킹 예배자'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덜불편한예배'의 최정환(27)·이혁재(24)씨와 철산 로데오거리의 강한별(27)씨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철산 로데오거리의 강한별씨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덜불편한예배'의 최정환·이혁재씨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버스킹 예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요인이 여러분을 길 위로 나오게 만들었나.
 
최정환/ 교내 기도회에서 들었던 말씀이 계기가 됐어요. '부흥이 일어났을 때 누구나 그 대열에 오르기 쉽다. 그러나 부흥의 불씨가 되기란 어렵다'라는 말씀이었죠. 듣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어요. '내가 과연 저 대열의 시작점이 돼보는 건 어떨까'하는 도전이 일었죠.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세상에 나가 주님을 찬양하는 일을 해보자. 버스킹 예배는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강한별/ 애초부터 이걸 해야지 해서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고 상황을 열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원래 CCM 가수가 꿈이었어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됐지만, 음악이 끊긴 삶에 유난히 힘들어 했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기도하다가 '주어진 자리에서 순종하는 것이야 말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비록 CCM 가수는 아닐지라도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주어진 자리를 통해 순종의 삶을 살아가는 것 역시 큰 은혜라는 걸 알았죠. 삶의 개념 자체가 바뀌니 하나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게 됐어요. 거리로 나가 주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품게 하시고 '했으면 좋겠다'라는 신호를 여러 사람의 입을 빌어 알게 하시고, 상황을 열어주심에 따라 순응하며 오다 보니 어느덧 거리 위에 제가 서있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달려왔을 것 같다. 처음 거리로 나왔을 때 느낌은 어땠나. 거리예배를 시작했던 당시와 시간이 흐른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혁재/ 세 번째 버스킹 때였어요. 자리를 찾다가 겨우 마땅한 곳을 찾았는데, 첫 곡을 시작하자마자 경찰이 와서 쫓아 냈어요. 당시 무섭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둘이 길거리에 앉아서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님을 찬양하기 위해 왔는데...' 한참을 기도했던 것 같아요. 이 경험을 통해 알았죠. 하나님이 막으면 답이 없고 오직 함께 해주셔야 가능하단 걸요.
 
최정환/ 첫 단추가 잘못 끼어져서 그랬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섭고 힘든 마음이 생긴 건 저희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사실 버스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구성적인 면에 치우쳐 있었어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듣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편곡에 신경 쓰고, 둘이 연주 합을 맞추는 일에 더 집중했죠.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는 음악성만으로 결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온전히 시간을 맡기고 있습니다.
 
강한별/ 초반에는 선례가 없으니까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한 느낌이었요. 버스킹을 시작하고 처음 맞은 여름엔 정말 정신 없었죠. 고등부 교사와 찬양인도자, 수련회 등 교회사역에 직장일까지 겹치며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못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죠. 그 때 하나님께서는 '별아, 네가 어떤 찬양을 해도 난 받을 거야"라는 위로를 주셨어요. 마치 재롱잔치에 선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처럼 하나님도 서툰 그대로인 저의 모습을 사랑하신단 걸 알게 됐죠. 이 때 주신 자유함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있는 그대로인 주님을 찬양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타인들에게 나누고 싶은 건 무엇인가.
 
최정환/ 지금까지 예배를 경험할 수 없었던 사람들, 살면서 한번도 하나님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거에요.
 
이혁재/ 세상엔 지금 너무 많은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찬양으로 하나님을 노래하고 싶어요. 찬양이 안 들리는 곳에서 기독교인들이 더 나와서 함께 찬양하고 가는 곳곳마다 주님께 감사 영광 돌리는 예배가 열리길 바랍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길 간절히 바래요. 
 
강한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결국 돌고 돌아 내가 서있는 이 자리가 하나님이 저를 세우신 곳이라 생각해요. 이미 부르신 자리에서 하나님의 증인이 되고, 주님을 찬양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길 원합니다.  
 
▲강한별, 최정환, 이혁재 ⓒ데일리굿뉴스

-언제까지 길 위에 설 생각인가.
 
강한별/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죠.(웃음) 시작도 이끌어 주셨으니 제 길도 분명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전 그저 모든 걸 맡기고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바라보며 나아갈 뿐이죠.
 
이혁재/ 어떻게 사용하실 지 모르겠어요. 전 아직 대학생인데 이제 사회에 나가면 여러 상황이 달라지겠죠. 그렇지만 끊임없이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간구하며 나아갈 겁니다.
 
최정환/ 저 역시 그래요. 지금은 아르바이트 하면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건도 달라지겠죠. 그리할지라도 주어진 일들을 끝까지 해내고 싶어요. 혁재 말처럼 하나님께서 저희를 어떻게 사용하실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주님이 환경을 열어 주시고 많은 것을 채워주신 것처럼 우리의 길을 인도해주실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요즘 청년들의 신앙이 침체돼 있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마음 속에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 있음에도 행동으로 옮길 엄두조차 내질 못하는 이들도 많다. 뚜렷한 목표를 잃고 길 위를 표류하고 있을 수많은 청년들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있다면.
 
강한별/ 마음에 소원이 정말 있다면 그 마음을 버리지 않는 이상 하나님께서 생각지 못한 때에 이뤄주신다는 거에요. 저희의 소원을 미리 아시기 때문이죠. 그 소원을 품고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며 기다리란 말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하나님은 있는 그대로인 저희를 보시며 기뻐하심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충성된 삶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두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혁재/ 사실 '난 부족해서, 이게 안 돼서'는 하나님 앞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냥 하나님께 즉시 순종해 보는 거에요. 어떤 마음이 들거나 하고 싶은 생각 들면 즉각 실행에 옮겨 보세요. 그럴 때 하나님이 채워주심을 경험 할 수 있을 겁니다. 과감하게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만 붙잡으면 정말 나머진 모두 딸려 온다는 걸 느꼈어요. 즉각 순종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많은 청년들이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그분의 사랑을 느꼈으면 해요.
 
최정환/ 하나님의 고귀한 음성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여건과 상황 때문에 모든 걸 내려 놓는 게 어렵겠지만,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온전히 교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 시간은 하나님이 저를 단련하신 시간이 됐거든요. 제게 기도 자체가 순종의 시작점이 된 것처럼 간절히 하나님께 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웃음) 
 
-어쨌든 본인들도 엄혹한 시대를 헤쳐가고 있는 청년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사는 여러분은 현재 어떤 기도를 하고 있나.   
 
최정환·이혁재/ 저희와 마주칠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요. 그 분들이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나고 경험하길 바랍니다.
 
강한별/ 하나님을 더 깊이 알기를 원한다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는 차원이 아닌 그 말씀이 저를 덮는 성령충만한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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