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양예원 씨의 강압적 촬영 및 노출사진 유출 사건과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으로 촉발된 최근 남녀간 소위 '여혐' 대 '남혐'의 대립이 위험수위라고 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남녀간 상대방 이성에 대한 혐오감 조성은 기존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의 골과 함께 지역갈등, 세대 간 갈등에 이어 '성별 간 대결' 양상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기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 구성원들간 여혐과 남혐의 혐오중독에 의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또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사진은 여성들의 혜화역 시위 장면).ⓒ연합뉴스

불길 같이 일어난 남성 혐오

이러한 성별간 갈등은 지난 5월 1일 홍익대학교 회화과 인체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참여했던 남성 모델 A씨의 나체 사진이 남성혐오 극렬 여성우월주의 사이트인 워마드에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인기 유튜버 양예원이 알바로 스튜디오 촬영 모델 일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가 다수의 촬영 관계자들로부터 성인물에 나올법한 의상과 적나라한 포즈 요구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과 성추행, 몰카 등의 피해자는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은 남성도 몰카의 피해자로 성추행의 수치심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결국 수많은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 분노의 불길이 강하게 일어나 결국은 남성 혐오로까지 번지게 됐다.

여성들의 불만은 양사건에 대해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수의 여성 피해자를 양산한 성추행 등 성범죄 사건은 신고 후 범죄자 구속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반면,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은 이례적으로 남성 피해자에 대한 빠른 수사 진척이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파수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규탄 집회 '과격화'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의 편파수사 규탄을 위해 일부 여성들이 혜화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회를 거듭하면서 이 집회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수는 늘어났다. 이들 집회 참여 여성들은 "내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러한 여성들의 집회양상은 점차 과격화(?) 추세를 보였다. 여성들이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조직된 단체 '불편한 용기'의 주최로 진행된 집회는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참여해 극단적인 남성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 시위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아닌 대상 즉 남성들의 출입은 아예 통제됐다. 특히 지난 2차 시위 현장에서 남성혐오를 표현하는 과격한 말이 서슴없이 등장했다.

거기에 더 충격적인 구호가 등장했다. 바로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로, '재기해'라는 말은 지난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에게 '자살해라'고 조롱한 것인 셈이다.

양성평등 사회 가로막는 혐오들

잇따라 유튜버 양예원 씨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 모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이에 한 남성 네티즌은 "여자가 당했다고 하면 무조건 남자는 범죄자로 매장당하는 세상, 남자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지를 않는다. 죽음으로 끝나야 그때는 믿어준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반면 여성 네티즌은 "어떻게 스튜디오 실장을 향한 비난을 마녀사냥이라고 할 수가 있나. 많은 소녀들에게 피해를 입힌 그 사람의 죄는 왜 덮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사건을 접하는 시각차에 따라 남녀 네티즌들 간 서로에 대한 혐오성 발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고 그 설전은 점차 과열양상을 빚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 고려대 전명수 교수(사회학)는 "특정 관점에서만 보면 사회적인 맥락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이러한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양산하고 양성평등 사회로의 구현을 가로막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건전한 양성평등의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이 사회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도록 해야 한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심만섭 목사는 "여권·인권을 위한다면서 혐오성을 띠고, 폭력적 언어와 상대방을 모독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게 된다"면서 "정말 평등으로 가는 길은 혐오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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