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체가 마치 찜찔방이 된 듯이 푹푹찌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오전 6시 45분 강원도 강릉의 최저기온이 31℃를 기록,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는 것만 봐도 올 여름 폭염은 그 어느 해보다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 27일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8 평창더위사냥축제’ 관광객이 시원한 물벼락을 맞으며 폭염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올 폭염이 7월말을 지나 8월 초까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폭염에 따라 밤에도 25℃를 넘어서는 열대야가 계속돼 더욱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급기야 열대야보다 더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 지난 7월 24일에는 경북 영천시 신녕면과 경기도 여주시 흥천면의 낮 최고 기온이 40.3℃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 기록은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기록이다. 즉 수시로 위치를 바꿔 측정되는 특성으로 인해 공신력 있는 온도 측정 기준이 못 된다. 따라서 공식 국내 최고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상청의 공식기록을 측정하는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측정된 이날 전국 최고 기온도 경북 의성의 39.6℃였다. 서울시도 낮 기온 36.8℃를 나타내 한반도의 찜질방화(化)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구촌을 달구는 폭염 현상
 
올 여름 폭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거의 가마솥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북반구 전체를 뒤덮고 있는 폭염은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유럽 등 대륙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동부 사막지대인 데스밸리의 최고기온은 섭씨 52.7℃에 달했다. 또 같은 주의 코첼라밸리와 팜스프링스도 각각 50℃와 49.4℃를 기록하며 예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7월 23일 도쿄 인근 사아타마 현이 섭씨 41.1℃로 가파르게 수은주가 상승했다. 도쿄 역시 낮 기온이 40℃를 넘겼고, 대만은 지난 7월 9일 역대 최고 기온인 40.3℃를 나타냈다. 여기에 북유럽의 노르웨이나 스웨덴도 7월 평균 25℃ 미만의 기후에서 30℃를 넘기는 등 신기록 작성에 동참했다.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폭염으로 일부에서는 지구촌에 임하는 대재앙의 전주곡이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듯이 폭염은 인간에게 각종 재해를 덤으로 안기고 있다.
 
특히 지중해에 있는 인류문명의 요람이었던 그리스는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 50㎞ 떨어진 해양도시 키네타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7월 23일 아테네 동부의 휴양도시 마티 시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최소 80명이 사망한 가운데 200여 명의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불길에 휩싸였던 한 건물에서 26명이 한꺼번에 뒤엉킨 채 숨져있는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7월 13일 발생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산불로 남·북부 주민 수 천 명이 대피했으며 천문학적인 재산손실을 기록했다.
 
폭염의 원인과 장단점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지구촌의 북반구에서 폭염이 이어지는 것은 지난 봄부터 불어온 편서풍이 평년보다 북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 찬 기단이 편서풍에 막혀 남하하지 못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등 남쪽의 더운 기단이 빠르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편서풍을 타고 온 고온의 티베트 고기압이 북태평양과 합쳐 뜨거운 공기를 가둔 소위 ‘열돔’현상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고 있다.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에어컨 등 냉방기를 가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냉방병 환자도 전에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인명피해 외에도 폭염 지속에 의해 대형 축사의 수많은 가축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떼죽음을 당하거나,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양식 어패류 역시 떼죽음을 당하면서 어민들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있는 실정이다.
 
특이한 것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자살률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진이 수십 년 간 기온과 자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특정월에 기온이 이례적으로 오르면 해당 달의 자살률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미국에서는 0.68%씩, 멕시코에서는 2.1%씩 자살률이 상승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반면 폭염이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폭염으로 인해 가전업계는 에어컨 등 여름 가전제품이 전보다 매출이 늘고 있다. 에어컨, 이동식 냉방기의 판매량이 급증해 모 업체는 지난 7월 둘째 주 일주일 동안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4%가 늘었다.
 
또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9%나 증가했다. 이외 배와 같은 일부 과일도 폭염에 따른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높아진다. 일부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연일 찜통 무더위에 모기 등 해충도 기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말라리아 등 여름 해충에 의한 질환도 줄어들 전망이다.
<35호 2018년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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