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8월 3일 금요일에 비가 왔다, 반가운 비였지만 토요일 암 환우와 함께 바닷가 걷기를 하려니 우의를 챙겨야만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됐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에는 비는 오지 않고 날씨만 흐렸다. 하나님께서 날씨로 우리를 돕고 계신 것이다.
 
 ▲호주호스피스협회(ACC)에서 마련했던 지난 8월 4일 토요일 바닷가걷기의 참가자들이 호스피스 철판 비빔밥을 나누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금요일부터 각자 맡은 일을 하며 토요일 바닷가 걷기를 준비한다. 바닷가 걷기 팀장으로 수고하시는 S 권사님은 손수 집 뜰에서 키운 모시나무 잎을 따서 금요일 밤에 준비해 뒀다가 토요일 새벽에 따뜻하게 모시 떡을 만들어 배를 타고 바닷가 걷기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함께 나눈다.
 
K 봉사자는 추운 겨울에 따끈한 차를 준비해 나누고, J 봉사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일축하를 위해 집에서 약 100Km 정도 떨어진 모임 장소인 오페라 하우스 앞 3번 부두에 오기까지 3시간 전부터 준비한다.
 
매번 토요일 아침 8시경에 배달되는 생일 떡을 준비하기 위해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역 근처 한국식품점에 들러서 떡을 사고, 다시 기차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 앞 Circular Quay, Wharf 3 모임장소에 도착하면 오전 9시 40분이 된다. 그러면 배에서 떡이 무거워서 배낭을 다른 남자 회원이 들고 걷기 시작해 목적지에 도착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암 환우를 위해 기쁨으로 헌신하며 자비량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이런 헌신을 주님께서는 기뻐 받으시고 오늘도 바닷가 걷기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 배낭을 지고 바닷가를 걷는다.
 
특별히 이날은 일 년에 두세 번 있는 호주 시드니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호스피스 철판 비빔밥을 나누는 날이다. 각자 마실 물과 밥은 준비하고 나물과 재료들은 미리 한 가지씩 정해 준비했다.
 
배를 타고 Manly Beach에 도착해 바닷가를 따라 걸어서 Forty Baskets Park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에 비치된 철판 위에 밥과 나물과 재료를 모두 섞어 비빔밥을 만들어 각자 한 접시씩 나눴다. 어느 음식점에서도 이런 비빔밥의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모두 배불리 먹고 나니 매번 그랬듯이 J 암 환우께서 새벽부터 손수 마련해 오신 커피 한잔이 회원들 손에 들려 있었고, K 봉사자가 준비해 온 건강 차와 따끈한 누룽지도 한 컵씩 나눴다.
 
잠시 담소의 시간을 갖고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체조와 건강박수를 하고, 연이어 스트레칭과 웃음치료 율동을 이어갔다. 항시 그랬듯이 근처에서 타국인들도 체조와 스트레칭을 함께 하기도 하는데, 오늘도 타국인 몇 명이 체조와 아리랑 율동에 합류했다.
 
그러면 피부색을 넘어 30-40여명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천상의 코이노니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것이 호주호스피스협회가추구하는 ‘죽음 저편의 삶을 이 세상에서 누리는 아름다운 행복 나눔의 현장’의 일부분이다.
 
김장대 목사(호주호스피스협회(AC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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