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주간 국정수행 지지율이 58.1%를 기록하면서, 취임 후 처음으로 60% 선이 깨졌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주52시간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현 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노무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이 정답"이라며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12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이정우 교수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데일리굿뉴스

"한국처럼 불평등 심한 국가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 필요해" 

최근 유례없는 인상율을 보이고 있는 최저임금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상징적 역할을 맡아왔다. '소득주도성장'이란 분배 구조를 먼저 개선하면,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은 자연히 뒤따라온다는 이론이다. 그 동안 기업의 규제 완화, 고용 창출 등 공급에서 시작해 낙수효과를 노리는 기존의 경제모델과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미국과 한국처럼 특히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큰 효과가 있다며 강의 서두를 열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선진국 중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인데, 상류층 10%가 국민소득 전체의 50%를 가져가고, 중산층과 하류층을 합한 90%가 나머지 50%를 갖는 구조"라면서 "한국사회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간단한 비유를 들며 "상류층은 이미 집이든, 자동차든, 에어컨이든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살 것이 없는 반면, 중산층·하류층은 살 물품들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다"면서 "중산층·하류층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소득을 가져갈 수 있도록 분배를 개선시키면 저절로 소비가 늘고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증세 규모 늘리는 것이 급선무"
 
하지만 정부의 정책 취지와는 정반대인 결과를 보여주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정부 계획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고용과 성장, 분배를 모두 놓쳤다'는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정우 교수는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복지 증세 등 소득주도성장의 후속 조치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하는 가장 급선무는 증세 규모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에 불과한데,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최하위 수준"며 "하위권에 속하는 미국과 영국이 30%대, 프랑스 등 중부유럽이 40%대, 상위권에 해당하는 스웨덴, 덴마크가 50%인 것에 비하면 한국은 객관적으로 세금이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복지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복지비용을 감당할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세금을 좀 더 내면 복지로 돌려드리겠습니다'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증세가 불가피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이 OECD 회원국 평균까지 복지를 높이려면 1년에 100조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날 강의를 들은 참가자들은 "북유럽은 세금을 많이 내는 국가로 손꼽힘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북유럽에서 살고 싶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경우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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