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 이하 예장통합)은 지난해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총회의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총회는 "성경의 동성애 금기를 공적 권위로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오는 9월 열리는 제103회 총회 헌의안을 살펴보면 동성애자에 대한 책벌만이 더욱 강조되는 모양새다. 동성애 관련 안건만 총 4건이 올라온 이번 헌의안에는 동성애 옹호자를 이단 수준으로 간주할 것과 친동성애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헌의안 등이 올라왔다.
 
 ▲예장통합이 공개한 제103회 총회 헌의안. 동성애 옹호자를 이단 수준으로 간주하자는 안건 등 동성애 관련 안건만 총 4건이 올라왔다.ⓒ데일리굿뉴스

'동성애 옹호' 어떻게 정의하나…자칫 목회적 돌봄 고민 묻힐까 우려

오는 9월 열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 이하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최대의 이슈가 될지 주목된다. 작년 총회에선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의 신학교 입학 제한이 통과됐다. 이번 총회엔 동성애 옹호자를 이단과 같이 책벌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포항노회장 박석진 목사(포항장성교회)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성평등법 개정 관련 옹호자들을 이단 척결과 같은 수준의 의지와 책벌을 법제화해 달라'는 헌의안을 올렸다.

박 목사는 △총회 차원에서 동성애를 찬성·옹호하는 사람들을 이단으로 간주할 것과 △동성애 합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차별금지법, 성평등법에 대해 총회가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이단에 준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며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어떤 면에서는 이단보다 더 경계해야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단 목사들은 총회 결의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목회자들은 교단을 탈퇴하고 동성애를 허용하는 교단으로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에는 '동성애 옹호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고민 마저 동성애 옹호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성애 찬성·반대와 달리 동성애 옹호는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무지개 퍼포먼스'는 동성애 옹호에 대한 견해가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해당 학생들은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친동성애 사건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동성애 옹호자로 봤다.
 
 ▲동성애 문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성애를 이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단 규정은 신중해야"
 

오는 9월 총회에 동성애 관련 안건이 4건이나 올라오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성애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토론 없이 마녀사냥식 졸속 결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장통합 소속 개혁단체의 한 목회자는 "동성애를 이단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포항노회 헌의안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이단 논쟁은 그 중대성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단 규정의 경우 위원회를 꾸려서 최소 1년은 연구·조사를 하는 것이 관례"라며 "동성애 문제 역시 총회 산하 7개 신학대 교수 및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장신대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에 관한 예장통합 총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총회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를 윤리적인 죄로 규정하는 한편,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신대 사건까지 겹치면서 또 다시 총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동성애 문제가 성소수자에 대한 실질적인 목회적 논의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경은 동성애를 윤리적 죄로 간주하고 있으며 선천적, 후천적 성적 취향에 대해 묻지 않고 행동 자체를 죄로 선포하고 있다. (…) 동성애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그들의 구원과 치유를 원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성경적 성문화 형성을 추구한다"(예장통합 '동성애에 관한 총회의 입장: 우리는 동성애를 반대합니다' 책자에 실린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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