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남북으로 허리가 나눠진 가운데 분단 1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스포츠에서도 남북이 서로 다른 국가로 경쟁상대가 돼 대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남북이 코리아(KOREA)란 국명의 단일팀을 이뤄 감동을 선사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남과 북이 여자 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단일팀 ‘코리아’(COR)의 이름으로 함께 뛴다. 사진은 지난 7월 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마친 남북 선수단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팀 남북의 낭자들이 보여준 하나된 모습은 한민족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이러한 감동이 이번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재연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 보트, 조정 3개 종목이 남북단일팀으로 꾸려져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호흡을 맞춘다.
 
사실 그 동안 올림픽을 비롯한 굵직한 국제스포츠경기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룬 남북단일팀의 사례는 수 차례 있었다. 지난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개최된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코리아’란 이름으로 출전했다.
 
당시 코리아 탁구팀은 분단 이후 처음 결성된 단일팀이었으며, 남북 각각 31명씩 총 62명으로 구성됐다. 이 대회에서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여자팀에서 남한의 현정화 홍차옥, 북한의 이분희 유순복이 분전하는 가운데 단체전 우승을 이뤄냈다. 이밖에 남자팀은 단체전 4강에 올랐다.
 
이 대회부터 남북단일팀은 하늘색 한반도기를 남북 양국의 국기를 대신해 사용했으며 남북한 국가(國歌) 대신 ‘아리랑’을 사용했다. 이후 구성되는 남북단일팀도 ‘KOREA’와 ‘아리랑’을 국가명과 국가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첫 남북단일 탁구팀이 끼친 당시의 감동은 지난 2012년 영화 ‘코리아’로 재구성돼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남북단일팀은 1991년 6월 포르트갈 리스본의 제6회 세계 청소년축구대회를 계기로 이뤄졌다. 이 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은 세계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후 남북단일팀은 한동안 구성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남북 양국의 최종협상 타결을 앞둔 상황에서 그때마다 좌절을 맛보며 단일팀 구성에 실패했던 것이다.
 
대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
계올림픽 등의 개·폐회식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하는 선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남북단일팀은 마침내 지난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성사됐다. 지난해까지 북핵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신년에 접어든 시점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3명의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올림픽 무대에 선보이게 됐다.
 
비록 남북 단일팀은 세계 수준과의 실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패를 했으나 성적에 상관없이 남북한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분위기가 조성돼 왔으며 남북단일팀에 대한 합의가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서 도출됐다. 마침내 지난 6월 28일 남북 체육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시안게임 조직위와의 4자회의에서 일부 종목의남북단일팀 구성에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7월 3일에는 남북통일농구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마치 이번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구성을 축하하고, 남북선수단이 단일팀원으로 서로 손발을 맞춰보는 것처럼 비춰졌다.
 
이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은 메달 색깔과는 또 다른 감동을 한민족과 세계인들에게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위클리굿뉴스 8월 19일, 37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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