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7 의견으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용인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경희 국장)의 판결문이 나왔다. 판결문 내용은 명성교회 측이 주장한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재판국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뒤 민주적인 방법으로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것은, 세습이 아니라 적법한 위임목사 청빙"이라고 했다.

판결문이 공개되자 명성교회 측 총회 임원들은 일제히 “명성교회는 이미 재판이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통일된 입장을 내비쳤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재판국 회의가 예정됐지만 이날 개회는 이뤄지지 못했다.ⓒ데일리굿뉴스

판결문 공개 이후 열린 재판국 회의,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
 
명성교회 세습을 적법하다고 한 판결문이 공개된 이후, 정기총회 전 마지막 재판국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정족수 부족으로 개회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에 의하면, 총회 재판은 재판국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개회할 수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재판국 회의에는 의결정족수 10명에 못 미친 9명만이 출석했다. 개회가 무산되자 몇몇 재판국원들은 일찍이 회의실을 벗어나기도 했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아무런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회의는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한 재판국원에게 무슨 논의가 오갔냐고 묻자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별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재판에 대한 얘기도 없었냐고 재차 묻자 “명성교회 건은 이미 재판이 다 끝나서 할 얘기가 없고, 총회에서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재판국원은 6명이었다. 앞서 명성교회 판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의사를 밝힌 재판국원은 총 7명이었다. 이들은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앞으로 남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한 재판국원 가운데 1명은 이날 재판국으로 돌아갔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부총회장 후보 소견발표회에서 목사 후보 김태영 목사(왼쪽)와 장로 후보 차주욱 장로(오른쪽)가 답변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지탄받는 총회 되면 안 된다" 당부 불구…명성교회 판결 확정 발언에 '큰 박수' 

같은 날 진행된 제103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 소견발표회에서도 명성교회 재판국 판결에 대한 후보자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예민한 사안에 대한 질문이라며 운을 뗀 사회자가 “명성교회 재판국 판결 이후 여러 가지 찬반 의견들이 많이 있다. 부총회장 후보로서 생각을 나눠 달라”고 질문하자, 장로 부총회장 후보 차주욱 장로는 "명성교회 재판은 이미 확정돼 끝난 사안"이라고 답했다. 목사 부총회장 후보 김태영 목사에게는 질문이 가지 않았다.
 
차주욱 장로는 “이미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대로 총회 재판국이 교단 헌법에 따라 재판했고,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한 날부터 판결은 확정된다”며 “이미 끝난 판결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만 말을 줄이겠다”며 자세한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강당 한 켠에서 호응하는 듯한 소리가 나왔다. 사회를 맡은 홍성근 목사가 “차지욱 장로에게 박수 한 번 주시죠”라며 좌중의 박수를 유도하자, 곧바로 큰 박수가 터졌다. 소견발표회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처음으로 나온 박수였다.
 
이는 소견발표에 앞서 설교를 전했던 증경총회장 박종순 목사의 당부와는 사뭇 달라 아이러니했다. 불과 십여 분 전, 박종순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가 욕 먹는 총회, 지탄받는 총회가 되면 안 된다”고 거듭 주문했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하셨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누구의 원대로 하고 있냐”면서 "성경을 덮어놓고서 '우리 교회는 복음적 교회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명성교회 세습을 겨냥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만난 예장통합 소속 한 관계자는 후보자 소견발표회가 처음 시작됐던 서부지역 발표회에선 명성교회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아예 도중에 잘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