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가 경쟁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딜라이브가 몸값을 크게 낮추지 않는 한 인수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규제 완화로 연내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딜라이브 몸값 낮추면, 연내 성사 가능성 높아져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는 일단 한 달 간 딜라이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뒤 인수 여부를 본격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는 딜라이브의 인수 책정가는 약 1조3천억∼1조5천억원 수준이다. 현 대주주인 채권단이 딜라이브에 투자한 금액과 비슷하다.

딜라이브는 2016년 당시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신한은행,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채권단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차로 인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채권단이 딜라이브에 투입한 자금은 1조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침체한 케이블TV 시장과 딜라이브의 시장 점유율(6.6%, 케이블 3위)을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 인수 가격은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M&A를 추진했을 당시 인수가가 약 9천억원(가입자당 4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가입자당 25만∼30만원 수준으로 인수한다면 매력적이지만 현재 언급된 인수가는 가입자당 60만원 수준으로 이 가격대에서 진행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2분기 말 기준 CJ헬로의 부채비율은 95%, 순차입금은 6천500억원으로 자금조달 여력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애초 CJ헬로는 케이블TV 시장의 주요 매물로 거론됐다. LG유플러스가 인수를 검토해왔지만, 가격 차 등으로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해 몸집을 키운 뒤 다시 자사를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는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낮다"며 "최근 케이블TV 사업자 간 M&A 추진은 자기 몸값 높이기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딜라이브 인수가 CJ헬로의 제4이동통신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CJ헬로는 이미 알뜰폰 서비스를 운영 중인 데다 케이블TV로 유통망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미 이통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관건은 가격이다. 매물 대상 업체들이 몸값을 낮춘다면 충분히 인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CJ헬로와 LG유플러스의 경우 가격차를 초반보다 많이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이브 채권단 역시 내년 7월 대출 만기를 앞두고 연내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IPTV 3사 모두 케이블TV와 시너지를 노리며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CJ헬로 인수를 추진해온 LG유플러스 측은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CJ헬로 뿐 아니라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 업체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 2위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최근 딜라이브 실사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하긴 했으나 1위 KT를 따라잡기 위해 언제든 M&A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T 역시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합산규제가 지난 6월 말 사라지면서 M&A가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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