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좀처럼 씻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OECD 국가 자살률 줄곧 1위를 유지하다가 2위로 밀려났지만, 이 역시 리투아니아가 새로 회원국에 가입하면서 생긴 단편적 현상이다.
 
자살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은 지금,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말해야 할 한국교회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도맡아야 할까.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여전히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자살 콘텐츠' 만연한 일상…"생명경시 우려"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이날 만큼은 자살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는 매년 암울한 소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만도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배우 조민기 등 유명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며 큰 파장을 낳았다. 더 암울 한 것은 자살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로 우리사회가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드라마, 인터넷, 일상에서 자살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 교육부와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 연구소’가 조사해보니 여러 드라마에서 자살 장면이 빈번하게 노출됐다. 황금시간대 방영된 지상파 3사 드라마 70편 중 48편에서 110여 회의 자살 장면이 등장했다.
 
더 충격적인 건, 이러한 자살 콘텐츠에 청소년들이 관대한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자살 장면이 그대로 송출돼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자살에 둔감하기는 성인도 마찬가지였다. 입버릇처럼 내뱉는 '죽고 싶다', '자살각' 등의 표현은 자살을 가벼이 여기는 행동의 대표적 예다.

여기에 각종 자살 유해정보도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판국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인터넷상 자살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한 결과 2주 만에 총 1만 2천 108건이 발견됐다. 자살을 부추기는 내용이 6천 2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외에도 동반자살을 모집하거나 자살 방법을 안내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생명경시 풍조 만연한 지금…교회 인식은 변화돼
 
이처럼 사회적으로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고 있다면, 자살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은 되려 달라지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사랑 문화가 확산되는 중이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자살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목회자들 중 자살과 생명에 대한 내용으로 설교를 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두고 먼저 설교문을 보내와 확인을 요청하거나, 자살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유가족을 돌봐야 하는지 묻는 교회도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사회 들어 자살이 정신질환 또는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교회도 자살자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부와 기독교가 연계해 유가족 등에게 상담을 제공하거나, 걷기대회 같은 생명존중문화 관련 행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더없이 중요해진 '교회의 역할'성경의 가르침 전파해야

그럼에도 자살 문제에 관한 교회의 역할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용택 이사장(라이프호프)은 "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 없이 아파하는 우리 이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 애도가 없는 위로는 위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건강한 공통체로서, 개교회의 성장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며 생명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교회가 앞장설 차례임"을 강조했다.  
 
자살 문제는 이미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제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지금이야 말로 한국교회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할 시점이다. 더 나아가 교회 차원에서의 자살 예방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임용택 이사장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꽃보다 아름답고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전파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아파하는 우리 이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고통 당하는 분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분들 등 우리 주변에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품어야 한다"고 권면했다.
 
한편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에서 한해 80만 명의 자살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알리고 생명경시의 풍조를 막고자 제정했다. 이에 걸맞게 우리나라도 매년 9월 10일부터 1주일을 자살예방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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