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하나님이 세우신 주의 종'이라는 개념 때문인지, 교회 담임목사를 '가까이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먼 분'으로 인식하는 성도가 적지 않다. 그런데 담임목사와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갖는다면? 목회자와 웬만큼 친밀하지 않고서는 대부분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 '내가 대접해 드려야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전환시켜주는 흥미로운 소식이 있어 관심을 끈다. 성도를 직접 찾아가 밥을 사주는 5명의 목회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밥사주는 목사들'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성도를 찾아가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밥 사주는 목사들'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이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대학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게스트 김성수 집사, 강훈 목사, 황금중 전도사, 손영상 전도사의 모습이다.ⓒ데일리굿뉴스

"성도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게요"
 
"사실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걱정돼 할까 말까 고민하다 신청했어요. 그런데, 해결 여부와 관계 없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이 목사님이라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기대가 됩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밥 사주는 목사들'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이 서울 광진구 대학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일하는 크리스찬 네트워크'의 목회자들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 네 번째 게스트로 나선 김성수 집사는 약속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 이같이 말했다.
 
많은 나이 때문에 회사에서 퇴직의 압박을 받았던 때와 교회 평신도로서 고민하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관해 목회자들과 나누고 싶어 김 집사는 출연을 신청했다.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이전 방송을 관심 있게 지켜본 김 집사는 약속 장소에 제일 먼저 도착한 손영상 전도사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황금중 전도사와 강훈 목사가 도착하니 분위기는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 라이브 방송시간 7시가 가까워지자 강 목사는 "시청자와의 약속 시간이 다 됐다"면서 스마트폰을 켜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했다.
 
이번 방송에는 강 목사와 황 전도사, 손 전도사가 참석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김 집사와 깊은 신앙이야기를 나눴다.

건강한 신앙생활, 믿음과 삶의 '균형' 있어야 

27년 간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9개월 전 퇴직하고 웃음치료사로 전향한 김 집사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전에 그는 직장과 교회에 치중된 삶을 살았다며, 교회가 봉사만 요구하기 보다는 성도들이 가정에 충실하도록 적극 권장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자연스레 균형 있는 믿음생활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강 훈 목사는 "믿음과 삶이란 뜻의 페이스(Faith)와 라이프(Life), 균형이란 뜻의 밸런스(Balance)를 합친 이른바 '페라밸'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인들에게 교회생활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청하던 송 전도사도 "교회에 무조건적으로 얽매여 신앙생활 하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안식일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서 방송 종료 후에도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황 전도사는 평신도들이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해 의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착하지 않거나 신앙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목회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성도들도 있다"면서 "성도들은 착함과 나쁨이라는 생각 대신 Yes(예스)나 No(노)라는 개념의 선 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밥 사주는 목사들'과 게스트 김성수 집사는 식사를 마친 후,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장소를 이동해 수다를 이어갔다.ⓒ데일리굿뉴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떨기'
 
오고 가는 이들의 유쾌한 대화 속에는 이 시대 기독교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같이 녹아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듯 이들의 만남은 전혀 무겁지 않았고, 불편한 기색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목회자와 교인들 간 소통 부재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시작된 '밥 사주는 목사들' 프로젝트. 일터를 가진 사회인이기도 한 5명의 사역자들은 사회생활을 몸소 경험하고 있기에, 치열한 삶을 사는 성도들의 마음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대접받는데 익숙한 권위의 존재가 아니라, 성도들의 삶에 친밀하게 다가가는 '섬기는 이'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성도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고충을 들어주는 것은 목회자의 미덕이자 의무"라고 전했다.

목회자로서 꾸며진 모습 대신 친구처럼 수다를 떨고 싶어 날 것 그대로의 B급 방송을 고수하는 이들은 "식사 장소도 칸막이로 나뉘거나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아닌 친근하고 평범한 곳으로 선정한다"면서 "한국교회의 희망인 성도들을 만나 식사로 섬기며 소통할 수 있어 설레고 즐겁다"고 말했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성도들과 출연자들 역시 "기발하다"면서 목사들을 향해 긍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게스트로 출연하길 기다리는 신청자들도 있다.    
 
이에 목사들은 "방송에 대해 비전문가이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다음 방송 때는 좀 더 준비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밥 한끼 먹으며 성도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만나러 가겠다"고 목소리 모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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