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이 '금 모으기'에 나섰다. 미국 발 금융전쟁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확보를 통해 위기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로 촉발된 금리인상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이 미국 발 금융전쟁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모으기'에 나섰다.ⓒ위클리굿뉴스
 
BYE '달러' BUY '골드'
 
최근 터키를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하락과 외화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미국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에서 비롯됐다. 11월에 열리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유권자들을 의식해 더욱 강경한 통상외교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신흥국이 '달러'를 팔고 '금'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려는 시도다.
 
미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공격적으로 금을 사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중앙은행은 7월 말 기준 2,170t의 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보유 중인 美 국채의 80%를 매각하고 7월 한달만 26.1t의 금을 사들였다. 미국이 러시아 내 달러 자산을 동결하자 러시아가 달러를 버리고 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란은 국가가 아닌 국민이 금을 사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5월 이란과 맺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지난 7일에는 이란의 달러 매입 금지, 주요 금속 등의 거래를 금지했다. 에너지와 금융 분야에 대한 제재는 오는 11월에 시작된다. 미국은 이란경제를 고사시켜 새로운 핵 합의를 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란의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리알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자금이 마른 정부는 면세 금 주화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자산인 금 주화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정부 발행 금 주화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이란에서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미국의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아시아 국가들도 '금 모으기'에 나섰다. 필리핀은 6월 말 기준 196.4t의 금을 보유 중이며 이는 2010년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인도네시아도 같은 기간 10% 늘어난 80.6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자산 비중에서 달러를 줄이고 금의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한 일부 국가들은 있던 금마저 내놓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누구든 달러와 금을 가지고 있으면 은행에서 리라화와 교환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호소했지만 국민은 보유 중인 달러와 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터키는 보유 중인 금을 내다 팔아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도 금을 내다팔아 근근이 버티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금 보유량은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미국이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 신흥국들은 계속해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위클리굿뉴스 9월 16일, 41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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