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핵 위협 없는 한반도’를 만들고 교류와 협력 증대를 천명한 데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이견은 다소 존재하지만, 기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내용적으로 분명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비핵화는 제자리걸음, 남북관계 개선은 가속”
 

금번 평양정상회담을 두고 대외적으로 다양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기대하는 핵 신고·사찰을 비롯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 반면,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명문화하는 등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먼저 “비핵화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남북관계 개선은 가속화하는 불균형적인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제외한 나머지가 시속 100km의 속도감이라면 비핵화는 10km 수준인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경협수순을 서두른다면 한미관계마저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선언에 포함된 비핵화 조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뿐”이라며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 정상 간의 이 같은 합의는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일정부분 기여하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비핵화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 예측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북미가 기싸움 중인데 남북관계만 개선한다고 비핵화가 이뤄지겠느냐”며 “서울 답방이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리라 낙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국과 교섭할 때라든지 구체적인 핵폐기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북한이 선제적으로 전문가 참관 하에 미사일실험장·발사대 폐기 및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밝힌 것은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북미관계임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핵심적인 의제로 삼았다”며 “그 결과 김 위원장이 직접 핵 위협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보다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평양남북회담 이전에 한미간의 충분한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다. 평양공동선언문에 남북 정상이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한 모든 내용이 다 담겼다고 보진 않는다”며 “다만 정황상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상당히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동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비핵화는 여전히 북미관계의 문제다. 비핵화 문제에서 남한이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북한이 동창리와 영변을 거론해준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아온 비핵화 의지를 남북정상회담에서 공식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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