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과연 어떻게 대답할까.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기독교인은 아마 드물 것이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신앙은 허공에 빙빙 도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신앙이 자리잡는다고 생각해, 기독교의 다섯 가지 기초 개념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소교리문답>을 펴냈다. 최근 이를 번역한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를 만나 루터가 전하는 기독교의 핵심 가르침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최주훈 목사가 최근 번역한 마르틴 루터의 <소교리문답>에 대한 북토크가 열렸다.ⓒ데일리굿뉴스

마르틴 루터가 가장 아꼈던 저서…평신도의 신앙 안내서 <소교리문답>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생전 수백 권에 달하는 저서를 저술할 만큼 다작가였다. 루터는 그러나 "그 가운데 남길 만한 책은 대교리문답서와 소교리문답서, 그리고 노예의지론"이라고 할 만큼 이 세 권의 책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평신도의 성경'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오랫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은 이 책은, 루터가 14세기 당시 교회 성직자들과 성도들의 무지함을 보고 충격을 받아 펴낸 신앙 안내서다. 
 
14세기 중세교회는 예배가 형식화되고 미신화된 시기였다. 유럽에 흑사병이 몰아치면서 시신을 수습하던 사제들이 다수 사망하자, 교회는 10년 간의 사제 교육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주교의 안수만 있으면 사제가 될 수 있도록 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라틴어로 된 성경조차 읽지 못하는 사제들이 대거 생겨났는데 이들이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사람들에게 예배에 많이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뿐이었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는 "그 당시에는 예배에 참석하기만 하면 은혜를 받는다는 공식이 있었을 정도"라며 "심지어 한 사제가 하루에 담당한 예배가 30번까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했다.
 
'질문하고 소통하라'는 루터의 가르침…오늘날 한국교회는? 

최주훈 목사는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14세기 중세교회와 굉장히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목회자에 대한 순종이 마치 하나님에 대한 순종으로 가르쳐지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선, 교인들이 질문이 생기더라도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설교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스스로 성경을 찾아 읽지 않거나, 질문하지 않는 교인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지금 한국 기독교는 한쪽에서는 목회자를 전적으로 숭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목회자의 권위를 전혀 인정하지 않아, 극진보와 극보수만이 남은 것 같다"며 "이는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서 성경 말씀을 놓고 질문하고 토론, 논쟁하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르틴 루터의 <소교리문답>이 이러한 한국교회에 토론의 장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최 목사는 전망했다. 그는 "일상에서 생겨나는 교회, 신앙에 대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루터가 가장 강조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라며 "질문에 명확히 답변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삶에서도 말씀을 실천할 수 있을 것"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싸워도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 식구처럼, 교회에서는 서로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신학적으로 교회는 성찬 공동체인데, 이를 쉽게 풀이하면 식구"라며 "때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리스도 몸 앞에 앉아 서로 다르지만 사랑 안에서 포용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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