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군인(카투사) 윤창호(22)씨 친구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가운데, 윤씨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손편지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윤씨의 아버지는 편지에서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곳에서 두려워 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며 "하나님의 의로운 손이 붙잡아 주실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윤창호 씨 (사진제공=연합뉴스)

피해자 친구들의 청와대 청원 글에 동의 20만 명 넘겨
 
윤창호씨 사고 이후 친구들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은 사흘 만인 5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20만970명이 동의해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원인은 "음주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혐의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며 "음주 운전에 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국가는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청와대 답변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창호의 희생으로 더는 음주 사고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이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법 개정과 법원의 양형 기준을 상향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새벽에 발생한 사고로 병원 중환자실에 옮겨진 윤 씨는 2차례의 뇌파검사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진은 윤 씨가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현대 의학으로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윤 씨의 아버지 윤기현 씨가 사고 이후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쓴 편지가 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윤 씨는 편지에서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 아빠에게 우리 창호가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보물이자 살아가는 삶의 원천 이었다. 이제 아프지 않은 곳, 웃음과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곳에서 두려워하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하나님의 의로운 손이 널 잡아주고 붙을어 주실거야. 사랑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씨의 아버지는 "새 생명을 주고 가는 것이 아들의 몫인 것 같다"며 장기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현재 뇌사나 다름 없는 상태"라면서 "가족들이 아주 힘들어하고 있어 아직 뇌사 판정 절차 진행과 관련한 뜻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창호 씨 아버지의 손편지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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